최재형 의원은 정치1번지 종로의 국회의원이다. 22대 총선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에게 패했다. 최의원은 본인을 40년 법전문가로 소개한다. 1980년대부터 판사와 법원장, 그리고 잘 알려진 것처럼 감사원장으로 일한 이력때문이다.
최재형 의원은 금년 3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법안은 갯수가 아니라 내용이 중요하다. 본회의를 통과하고 실질적으로 국민 삶이 어떻게 달라졌느냐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라고 말했다. 정말 옳은 말이다. 역시 법 전문가이자 정치1번지의 국회의원다운 마인드다.
그런데, 최재형 의원은 같은 인터뷰에서 "지역사회에서 요양 또는 돌봄을 통합적으로 할 수 있는 「의료·요양 등 지역돌봄 통합지원 법률안」은 나의 제정안 중심으로 통과됐다."고 말했다. 보통 국회의원들은 이런 식으로 말하길 좋아한다. "이 법은 내가 만든거야." 이렇게 말이다. 정말 그랬는지는 잘 따져봐야 한다.
▶「지역돌봄 통합지원 법률」은 최재형 의원이 주도했을까?
①의료요양돌봄 통합지원을 위한 특별법안(2023년 9월 12일)
최재형 의원이 본인의 제정안 중심으로 통과됐다고 말하는 것이 바로 이 법안이다. 이 법안은 2024년 2월 29일,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안(대안)」으로 본회의에서 통과되었고, 최재형 의원의 법안은 '대안반영폐기'되었다. 이 과정에서 과연 최재형 의원 법안 중심으로 법률 제정이 이루어진 것일까? 동의하기 어렵다.
첫째, 최재형 의원의 법안은 법률 제정을 위한 논의가 상당히 진행된 후에 발의되었다. 최재형 의원이 이 법안을 발의하기 전 이미 5건의 관련 법안이 발의되어 있었다. 소관 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이미 2023년 2월 24일에 지역사회통합돌봄법안 제정에 관한 공청회도 실시한 바 있다.
건 명 | 대표발의 | 발의일 | 전체회의 상정 |
지역사회통합돌봄법안 | 정춘숙 | 2020.11.4 | 2021.2.17 |
지역사회통합돌봄법안 | 전재수 | 2021.7.6 | 2021.11.11 |
지역돌봄보장법안 | 남인순 | 2023.5.11 | 2023.9.18 |
지역사회 통합돌봄에 관한 법률안 | 신현영 | 2023.5.26 | 2023.9.18 |
노인 돌봄등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안 | 최영희 | 2023.7.13 | 2023.9.18 |
의료·요양·돌봄 통합지원을 위한 특별법안 | 최재형 | 2023.9.12 | [소위 직접 회부] |
둘째, 비슷한 맥락인데, 최재형 의원의 이 법안은 [소위 직접회부] 되었다. 보통 법안이 제출되면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되고, 전체회의에 상정되어 검토보고를 청취한 뒤, 토론을 거쳐 소위원회에 보내진다. [소위 직접회부]라는 것은 이미 비슷한 법안이 법안소위에서 논의중이므로 선행 절차를 생략하고 그냥 소위원회로 보내는 것이다.
셋째, 역시 같은 맥락인데,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최재형 의원 법안에 대한 위원회의 '검토보고서'가 없다. 이미 선행 법안들에 대해 검토보고가 끝난 사안이므로 후속 유사 법안에 대해서는 위원회가 별도로 검토보고서를 작성하지 않는다.
「지역돌봄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은 보건·의료와 요양·돌봄 영역에서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 중심으로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지자체를 중심으로 서비스 제공기관과의 정보공유 및 연계·협력 체계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최재형 의원의 법안 발의 시점, 위원회 회부 경과, 검토보고서 작성 여부 등을 볼 때 최재형 의원 법안 중심으로 법률이 제정되었다고 보기는 매우 어렵다.
▶최재형 의원 21대국회 법안처리 현황
최재형 의원은 이낙연 전 종로구 국회의원의 사퇴에 따른 보궐선거에서 당선되어 2022년 3월부터 국회의원 활동을 시작했다. 2년간 최재형 의원의 법안 발의 건수는 19건, 이 중 처리는 7건이고 처리율은 36.8%다. 현재 미처리법안 12건은 국회의원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최재형 의원 21대국회 처리법안 분석
②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2023년 2월 2일)
이 법안은 불법마약류 제조에 사용될 우려가 있는 원료물질 복합제 관리의 사각지대를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다. 원료물질과 원료물질 복합제의 개념에 대해 궁금하신 분은 링크한 의안정보시스템의 검토보고서를 참고하면 된다.
③노인장기요양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_1(2023년 8월 9일)
이 법안은 장기요양기관 지정 시 해당지역의 노인성 질환 환자 수를 검토하여 지정하게 하고, 장기요양요원의 고충해소를 위해 지자체장, 장기요양기관장의 책임과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④노인장기요양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_2(2023년 9월 13일)
이 법안은 장기요양 재가급여를 통합하여 제공하는 '통합재가서비스'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다. '통합재가서비스'의 법적 근거를 위한 법안은 최초 2022년 1월 17일 남인순 의원이 발의하였다. 최재형 의원은 같은 취지의 법안을 2023년 9월 13일에 발의하여 소위원회로 직접회부되고, 불과 6일 만에 소위에서 의결되었다. 법안소위에서 심사가 마무리될 즈음에 유사법안을 발의해서 법안 발의 및 처리 건수를 늘리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참 나쁜 사례다.
⑤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2023년 9월 11일)
이 법안은 의료사고 손해배상금 대불비용의 산정기준, 부과 주체를 명확히 하고, 손해배상 대불금의 상한 근거를 두려는 것이다. 이 법안은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결에 따른 후속 보완입법으로, 소관 부처인 보건복지부가 법개정을 의뢰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경우를 소위 '청부입법'이라고 한다.
⑥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료제품의 개발촉진 및 긴급공급을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2023년 7월 10일)
이 법안은 위기대응 의료제품의 긴급사용 승인을 취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위기대응 의료제품의 안정적 공급기반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역시 청부입법으로 보인다.
⑦ 위생용품 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2023년 10월 4일)
이 법안은 식품 형태 등을 모방해 만든 위생용품을 먹거나 오용하는 등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판매를 제한하려는 것이다.
▶최재형 의원 사례분석 시사점
법률의 개정 또는 제정을 누가 주도했을까? 이를 정확히 밝히려면 법안 내용을 일일이 다 검토해야 한다. 하지만 보통 해당 법안의 최초 발의자가 주도했다고 보는게 맞다. 후속 발의는 선행발의 법안 내용을 일부 보완 또는 추가하는게 대부분이다. 해당 법안이 최종 통과될 경우 최초발의, 후속발의 법안 모두 '대안반영폐기'로 분류되어 입법실적으로 간주된다. 대안반영폐기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별도의 포스팅을 참고하면 좋다. ☞국회의원 입법실적 부풀리기
최재형 의원의 처리법안 2건을 '청부입법'으로 추정했는데, 청부입법은 공식적인 법률 용어는 아니다. 통상 정부가 자기들이 발의해야 할 법안을 의원한테 부탁해 처리하는 경우를 청부입법이라고 한다. 청부입법이 왜,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해서는 나중에 별도로 정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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