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의원은 지난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호준석 후보를 상대로 승리하여 5선 고지에 올랐다.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비명횡사'와 '386 청산' 바람이 거세게 불었지만, 소위 '비명 중진'이자 '원조 386'으로 상징되는 이인영 의원은 무난하게 (단수)공천받고, 무난하게 당선(득표율 55.7%)되었다. 이인영 의원의 21대 국회 입법활동도 무난했을까?
▶이인영 의원 21대국회 법안처리 현황
2024년 4월 19일 현재, 이인영 의원의 21대 국회 법안 발의 건수는 44건, 그 중 9건이 처리되었고 처리율은 20.5%다. 약 80%에 해당되는 35건은 미처리 상태로, 향후 국회일정을 감안할 때 국회의원 임기만료와 함께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이인영 의원 21대국회 처리법안 분석
①주민소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2020년 6월 18일)
이 법안은 거동이 불편한 주민의 주민소환 투표권을 폭넓게 보장하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형 주민소환투표 공보 발행 등을 제안하는 법안이다. 이 법안은 이인영 의원이 20대 국회의원 시절인 2019년 10월 30일에 발의했다가 임기 만료로 폐기된 것을, 21대에 당선된 직후 2020년 6월 18일에 다시 발의한 것이다. 내용은 동일하다. 아마 22대 국회가 시작되면 21대에서 폐기된 법안을 22대에서 다시 발의하는 사례가 매우 많을 것이다. 그것 자체를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폐기법안 재발의' 사례는 22대 국회의원의 신규 입법실적(발의 및 처리)에서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②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안 일부개정법률안(2022년 10월 17일), ③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동일), ④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동일)
이상 3건의 법안은 표면적으로 3개의 발의 및 처리로 보이지만, 사실상 1개의 세트다. 3건의 법안은 '공급원가 변동에 따른 납품대금 조정 지급을 성실히 이행한 회사를 상생협력 우수기업으로 선정해서, 조정금액의 3%에 해당되는 금액을 법인세에서 공제하고, 이와 관련하여 공정거래위원회가 표준하도급계약서를 마련하도록 하는 법안'으로 각각의 내용이 규정된 3건의 법률을 개정한 것이다. 쉽게 말해서 '1타 3피' 법안이다. 국회의원 입법활동 평가시 이런 경우는 1건으로 분류하는게 맞다.
⑤전철1호선 등 도심 지상철도 지하화를 위한 특별법안(2023년 11월 15일)
이 법안은 2022년 1월 10일 김경협 의원이 대표발의한 「대도시권 철도의 지하화와 지상부지 통합개발을 위한 특별법안」(이인영 의원도 이 법안의 공동발의자로 참여)이 소관 위원회인 국토위에서 의결(2023년 12월 21일)되기 약 1달 전에 이인영 의원이 '1호선 지하화'라는 다른 이름으로 대표발의한 특별법안이다. 이 법안에 대해서는 하단의 '시사점'에서 좀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우선 이 법안의 최종 공포법률은 「철도지하화 및 철도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이라는 점만 짚고 넘어간다.
⑥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2023년 6월 12일)
이 법안은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에게 침해사고가 발생할 경우 과기부장관이 해당 서비스 제공자에게 사고대책 이행을 명령할수 있게 한 법안이다. 그러나 2023년 4월 11일 정필모 의원이 발의한 법안과 취지와 내용이 거의 유사하다.
⑦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2022년 8월 17일)
이 법안은 서민·중산층의 세부담을 경감하기 위하여 소득세의 과세표준과 세율을 조정하려는 법안으로, 이인영 의원 발의 전 이미 같은 취지의 법안이 다수 발의되어 있었다.
※ 서일준의원(2021. 12. 30.), 강대식의원(2022. 7. 11.), 노웅래의원(2022. 7. 13.), 고용진의원(2022. 7. 13.), 김두관의원(2022. 7. 21.)
⑧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2023년 2월 27일)
이 법안은 집합건물 소유자·관리인이 입주자에게 특정 전기통신서비스만 이용하도록 강제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⑨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2020년 6월 19일)
이 법안은 선거 후보자의 방송광고, 후보자 대담·토론회 등에서 수어 또는 자막 방영 등을 현행 '할 수 있다'에서 '해야 한다'로 의무화 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이인영 의원 사례분석 시사점
만약 이인영 의원이 "제가 전철1호선 지하화 특별법을 발의하고 통과시켰습니다."라고 하면 지역구인 구로구 주민들은 "와~~역시 4선의원답네. 이인영 만세~~"를 외칠 것이다. 이인영 의원의 말은 사실 틀린 부분이 하나도 없다.
실제로 이인영 의원은 그렇게 말했다. 이번 총선 공보를 보면 본인이 발의한 특별법안의 이미지와 함께 "1호선 지하화를 시작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우선 이 법안의 이름은 마치 전철1호선을 위한 특별법처럼 되어 있지만, 1호선만을 위한 법이 아니다. 철도망에 대한 특별법이라는 것이 그렇게 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 이 법안이 심의·의결되어 최종 공포된 법률 명칭(철도지하화 및 철도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과 내용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또 하나는, 이인영 의원의 법안 발의 시점이다. 이인영 의원 법안은 다른 법안 3건과 함께 병합심의되었는데, 최초 법안의 발의 시점은 2022년 1월이다. 이인영 의원은 그보다 거의 2년이 지난 뒤인 2023년 11월에 추가로 발의했다. 이 시점은 공교롭게도 소관위인 국토위에서 법안이 의결되기 약 한달 전이다. 일종의 '숟가락 얹기'로 보이는데, 판단은 독자들께 맡긴다.
'1호선 지하화'라는 이름으로 '상임위 의결 1달 전'에 법안을 발의하여 처리한 것은 선출직 정치인의 입장에서는 전략적으로 매우 훌륭한 기획이다. 그러나 '국회의 입법'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매우 씁쓸한 기획이다. 22대 국회에서는 이런 기획은 시도되지 않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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