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로교통법」 개정안(우재준)
현행법은 유치원, 초등학교 등의 주변도로 일정구간을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차량의 통행속도를 30킬로미터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제도 시행 초기엔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지금은 많이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30㎞ 속도제한이 원활한 교통흐름을 지나치게 방해한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심야시간 등에서도 동일한 속도제한은 과잉규제라는 불만도 많다. 그래서 어린이 통행량이 적은 때 만이라도 30㎞ 속도제한을 탄력적으로 운영하자는 법안이 발의되었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미 탄력운영을 하고 있는 사례도 많다. 그렇다면 법안은 왜 발의되었을까?
▶어린이 보호구역 30㎞ 속도제한 법률
어린이 보호구역 내 차량 제한속도 30㎞를 규정하는 법률은 「도로교통법」이다.
도로교통법 제12조(어린이 보호구역의 지정·해제 및 관리)
①시장 등은 교통사고의 위험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중략) 일정 구간을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여 자동차 등과 노면전차의 통행속도를 시속 30킬로미터 이내로 제한할 수 있다.
대상이 되는 시설이나 장소는 유치원, 초등학교, 특수학교, 행안부령으로 정하는 어린이집·학원, 외국인학교, 대안학교, 대안교육기관, 국제학교, 외국교육기관 중 유치원·초등학교 교과과정이 있는 학교, 그 밖에 어린이가 자주 왕래하는 시설 또는 장소다. 동 법률에서는 여기에 우선적으로 무인 교통단속용 장비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365일 획일적 제한은 '과잉규제'
어린이 보호구역의 속도제한의 취지와 필요성은 공감하나 이를 1년 365일 상시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어린이 통행이 드문 야간 시간대나 학교의 방학 기간에도 똑같이 속도를 제한하는 것은, 실질적 효과는 없으면서 교통체증만 유발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또다른 사고요인이 될 수 있다는 문제인식이다. 이에 30㎞ 속도제한을 탄력적으로 운영하자는 법안이 발의되었다.
우재준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위 도로교통법 제12조①항에 <아래>와 같이 단서를 신설하는 방식이다. 어린이 보호구역 30㎞ 속도제한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음을 법률에 명시하는 것이다.
<신설 단서> "어린이의 통행량과 도로의 사정 등을 고려하여 평일 야간ㆍ새벽, 토요일ㆍ일요일, 공휴일·대체공휴일 및 방학 기간에는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자동차 등과 노면전차의 통행속도 제한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이미 '탄력운영'이 되고 있는데?
국민일보(2024년 8.16일) 보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71개소에서 어린이 보호구역 속도제한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추진중이다. 대체로 심야 및 새벽시간 대에는 속도제한을 30㎞에서 50㎞으로 완화해 주는 방식이다. 지역 및 여건에 따라 완화하는 방식은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아무튼 이렇게 현행 법률 하에서도 속도제한 탄력운영이 가능하도록 되어있다. 왜냐하면, 현행 「도로교통법」 상 어린이 보호구역 속도제한 규정은 의무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강제규정이 아니라 임의규정(~할 수 있다)이기 때문이다. 이미 가능한데 굳이 왜 법을 바꾸려 하는 것일까?
▶어린이 보호구역 속도제한 완화에 대한 우려
많은 사람들이 어린이 보호구역에서의 획일적 속도제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규제완화에 대해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30㎞ 이하로 운행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잡히고 있고, 이로 인해 보호구역 내 사고가 획기적으로 감소했는데, '규제완화'는 어렵게 만들어진 '사회적 인식'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우려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린이 안전'이기 때문에 경찰이나 지자체도 속도제한 탄력 운영에 대해 상당히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법률에 "속도제한 완화 가능"을 명시한다고? 어떠한 실익이 있을지 의문이다.
한편, 이 법안은 21대국회에서도 똑같이 발의된바 있다. 양경숙 의원이 2023년 4월 7일 발의하여, 행정안전위원회 소위원회에 회부되었으나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다. 실익이 없다는 이유가 컸다고 본다.
▣ 법률 개정의 상징성과 파급력
정리하면, 어린이 보호구역 내 30㎞ 속도제한 문화가 대체적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심야시간이나 공휴일 등에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과잉규제의 측면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래서 필요한 경우 30㎞ 속도제한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기도 한다. 현행법상 탄력운영에 문제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완화의 움직임에 대한 우려도 크다. 어렵게 정착된 어린이 보호구역 30㎞ 인식이 훼손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30㎞ 속도제한 탄력운영 법안이 발의되었다. 큰 실익을 기대하기도 어렵고, 오히려 어린이 보호구역 속도제한 인식에 부정적 영향을 부추길 우려도 있다. 우리 사회에서 법의 상징성과 파급력은 매우 크다. 그래서 법안 발의는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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