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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쟁점

'알면서' 사례로 본 본회의 수정동의

by 레몬컴퍼니 2024. 9. 30.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대안)에 대한 수정안(추미애)

지난 9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대안)에 대한 수정안이 의결되었다. 추미애 의원 외 31인이 발의한 수정안이다. 본회의 수정안 자체가 흔치 않은 일이고, 특히 국회 법사위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된 법안에 대해 본회의 수정안을 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알면서'라는 단어 하나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알면서' 논란이 뭐지?

9월 26일 본회의에서 처리된 '성폭력범죄 처벌법'의 핵심 법조문은 "(딥페이크)복제물을 소지·구입·저장 또는 시청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다. 그런데 본회의 전 법사위 의결(안)에서는 여기에 '알면서'가 붙어 "(딥페이크)복제물임을 알면서 이를 소지ㆍ구입ㆍ저장 또는 시청한 자는..."으로 되어 있었다. 그러다가 본회의 수정안을 통해 이 '알면서'를 다시 삭제했다. '알면서'는 왜 붙었다가 왜 빠졌을까?

알면서 사례로 본 국회 본회의 수정동의_본회의 수정안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의 발의부터 통과까지

소위 '딥페이크법'으로 불리는 '성폭력범죄 처벌법'의 발의부터 본회의 처리까지의 과정을 통해 국회에서 법안이 처리되는 일련의 과정을 리뷰해본다.

▶법안 발의

이 법안의 핵심은 딥페이크 영상물을 반포(유포)시킨 자 외에도 소지·구입·저장 및 시청한 자도 처벌한다는 내용이다. 이 법안을 발의한 의원은 12명이다.(12명은 이 법안 대안의 통과에 따라 대안반영폐기된 기준이다.) 발의 일자 순서대로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발의일자 발의의원 처벌대상 처벌
8.27일 이해식 소지 · 구입 · 저장 · 시청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
김한규 소지 · 구입 · 저장 · 시청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
김남희 소지 · 구입 · 저장 · 시청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
한정애 소지 · 구입 · 저장 · 시청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
황명선 소지 · 구입 · 저장 · 시청 · 판매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
8.28일 조배숙 소지 · 구입 · 저장 · 시청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
권칠승 소지 · 구입 · 저장 · 시청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
8.29일 이연희 소지 · 구입 · 저장 · 시청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
서영교 소지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
8.30일 임미애 소지 · 구입 · 저장 · 시청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
9.2일 김용민 소지 · 구입 · 저장 · 시청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
한지아 소지 · 구입 · 저장 · 시청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
9.26일 본회의 의결 소지 · 구입 · 저장 · 시청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

▶상임위원회(법사위) 상정

이 법안은 9월 23일, 소관위원회인 국회 법사위원회에 상정되어 제안설명→검토보고→대체토론→소위회부 순으로 처리되었다. 여기에서 대체토론이라 함은, 위원회가 안건을 심사할 때 '안건 전체에 대한 문제점과 당부(當否)에 관한 일반적인 토론'을 말한다.

▶법안심사 소위

위 법안은 9월 24일, 법사위 법안심사 소위에 회부되어 상정→축조심사→의결의 순으로 처리되었다. 여기에서 축조심사란 대체토론과 다소 대비되는 개념인데, 의안을 한 조항씩 낭독하면서 심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법안 조문에 대한 정밀심사라 생각하면 된다.

<'알면서' 1차 논란>
9.24일 법사위 소위에서 '알면서'를 넣느냐, 빼느냐에 대해 1차 논란이 있었다. 시청 행위까지 처벌하는 것이 과잉 아니냐는 문제제기에 김석우 법무부 차관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서는 아동·청소년성착취물임을 알면서 이를 소지·시청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되어 있음을 소개했고, 이에 성폭력범죄 처벌법에도 이 '알면서'를 붙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주진우, 서영교 의원이 알면서를 넣을 필요가 있다고 했으나, 결국 넣지 않기로 결정되었다. 왜냐하면, '알면서'는 법률용어로 '고의로'라는 의미인데, 이 법 자체가 고의로 한 경우에만 처벌한다는 의미가 이미 내재되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법사위 전체회의 상정

9월 24일 법사위 법안심사 소위에서 의결된 이 법안은 9월 25일 다시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되어 소위 심사보고→찬반토론→의결 순으로 처리되었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의 '알면서'가 다시 추가되었다.

<'알면서' 2차 논란>
2차논란은 9.24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일어았다. 김용민 의원이 (딥페이크 영상물) 처벌을 소지·구입·저장 또는시청까지 확장하는건 좋으나, 지나치게 형벌이 확장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알면서’라는 고의조항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안소위에서 심의한 의원들은 '고의성'이 법안 자체에 내재되어 있음을 설명했으나, 결국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알면서를 넣는 것이 오히려 법을 명확하게 하고 국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하는 측면"이 있다며 '알면서'를 포함한 법사위 대안을 의결하였다.

김용민 의원 프로필_출처: 대한민국국회 홈페이지

법사위 전체회의 논의를 바탕으로 9.25일, 김용민 의원은 '알면서'를 포함한 성폭력범죄 처벌법 개정안을 발의하였다. 

김용민 발의_성폭력범죄 처벌법_알면서 포함

알면서를 포함한 김용민 의원 대표발의 개정안에는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 박균택, 박지원, 서영교, 이건태, 이성윤, 장경태, 전현희 의원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본회의 상정과 수정안 의결

이렇게 법사위에서 의결된 딥페이크법 대안은 9월 26일 본회의에 회부되었다. 그런데, 이 때 문제의 '알면서'를 다시 삭제한 추미애 의원 대표발의 수정안이 함께 상정되었다.

<본회의 수정안과 수정동의>
'수정동의'란 본회의 심의과정에서 의안을 수정하고자 하는 경우에 안을 만들어 의원 30명 이상 찬성자가 연서하여 미리 의장에게 제출하는 것을 말한다. 수정동의를 '수정안 발의'라고 부른다. 수정안은 원안과 함께 심의되는데, 수정안 먼저 표결하고, 수정안이 가결되면 원안은 표결하지 않는다.

왜 수정안을 발의했는지는 김한규 의원의 제안설명을 통해 알 수 있다. 

"추미애 의원이 대표발의 한 성폭력처벌법개정안은 ‘알면서’라는 문구를 삭제한 법안입니다. 현재 법안에 따르면 딥페이크 영상물을 소지·구입·저장·시청한 자가 몰랐다고 주장할 경우 수사기관이 행위자가 알았음을 입증해야지만 처벌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부당하게 처벌을 피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게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중략)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여러가지 점을 고려해서, 특히 과다한 수사가 있을수 있다, 무리한 수사에 대한 우려 때문에 ‘알면서’라는 문구가 추가된 상황입니다. 하지만 하루 사이에 많은 국민들이 수정된 문구에 대해서 우려를 제기하고 계십니다. (중략) 그동안 여야 모두 딥페이크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들였습니다. 그동안 저희 국회의 노력이 문구 하나 때문에 무위로 돌아가는 일이 없도록 의원 여러 분들께서 추미애 의원이 대표발의한 성폭력등 처벌법에 대해서 찬성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추미애 대표발의_성폭력범죄 처벌법 대안에 대한 수정안

 

이렇게 발의된 추미에 의원의 수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알면서'는 다시 빠지게 되었다. 

▣ '알면서' 논란의 시사점

'알면서'라는 단어 하나를 넣느냐 빼느냐를 가지고 국회는 3일 동안 우왕좌왕 했다. 언론은 이를 해프닝, 촌극, 소동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우리는 이 사례를 통해 법 조문에 있어 단어 하나 하나가 얼마나 예민한 것인지를 알 수 있다. 또한 이 법안의 입법과정에서 국회가 (딥페이크 음란물 범죄의)과실과 고의에 대해 명확하게 선을 긋지 못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법은 그만큼 어렵고 복잡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