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생교육법」 개정안(김대식)
국회의원 발의 법안의 '비하인드 스토리'인데,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사례지만 최대한 쉽게 풀어본다. '과대포장'이라는게 상품에만 있는게 아니라 국회의원의 법안에도 있다. 거품을 걷어내면 실제 내용물은 보잘것 없는 경우다. 이 거품이 어떻게 과대포장이 되고 선전되는지를 김대식 의원의 「평생교육법」 개정안 사례로 살펴보자.
▶"사내대학원" 법안
우선, 2024년 10월 16일 언론에서 집중조명 받은 법안이 하나 있다. 김대식 의원이 발의한 「평생교육법」 개정안인데, 기사를 보면 마치 이 법안을 통해 "기업이 직접 석·박사 인재를 양성" 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처럼 보인다. 언론은 이를 이구동성으로 "사내대학원 법안"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미 국회에서 통과된 '사내대학원' 법
그런데, 사실 기업이 사내대학원을 설립·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은 이미 2023년 12월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되어, 금년 1월 16일 공포되었다. 「첨단산업 인재혁신 특별법」인데, 시행시기를 1년 유예했기 때문에 내년 2025년 1월 17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첨단산업 인재혁신 특별법(2024.1.16. 제정, 2025.1.17. 시행)
제4조(사내대학원형태의 평생교육시설의 설치·운영) ① 「평생교육법」 제32조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첨단산업인재 양성을 위하여 교육부장관의 인가를 받아 대학원(「고등교육법」 제30조에 따른 대학원대학을 포함한다) 졸업자와 동등한 학력·학위가 인정되는 평생교육시설(이하 "사내대학원형태의 평생교육시설"이라 한다)을 설치·운영하거나 「고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학교에 위탁하여 운영할 수 있다.
▶김대식 의원 「평생교육법」 개정안의 목적
어라? 이미 시행이 확정된 사내대학원 관련 법을 김대식 의원은 왜 발의했을까? 김대식 의원이 스스로 밝혔듯이, '첨단산업 인재혁신 특별법'에는 사내대학원 관련 조항의 유효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고 있다. 김대식 의원은 이 2년의 제한과 무관하게 사내대학원의 법적 근거를 (영구적으로) 평생교육법에 반영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내대학원의 법적 근거는 「특별법」에서 정한 2년의 시효가 끝나도, 「평생교육법」에 따라 계속 유지되는 것이다.
▶특별법에서는 왜 '2년의 유효기간'을 두었나?
원래 사내대학 또는 사내대학원 형태의 평생교육시설 설치·운영에 관한 내용은 「평생교육법」에 들어가는게 정상이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특별법이 일반법에 우선한다. 비록 일반법인 '평생교육법'에 사내대학원 규정이 없더라도, 이 사안의 시급성과 중요성을 감안해서 '특별법'을 통해 사내대학원 설립 및 운영을 가능하게 한 것이 「첨단산업 인재혁신 특별법」이다. 당시 특별법에서 사내대학원 조항의 효력을 2년으로 했는데, 이 의미는 "2년 내에 일반법인 평생교육법에 이 내용을 담으라"는 뜻이다. 쉽게 말하면 급하니까 '인재혁신 특별법'으로 먼저 출발하는데, '평생교육법'도 잘 준비해서 따라오라는 것이다.
▶사내대학원 관련 '평생교육법'은 왜 아직 그대로?
사내대학원의 설립 및 운영근거를 평생교육법에 담는 개정안은 김대식 의원이 처음 발의한게 아니다. 21대국회에서 2023년 11월 3일, 서병수 의원이 동일한 법안을 발의했지만, 한차례 논의도 하지 못하고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다. 왜일까? 그냥 방치하고 미룬 것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비교해보면 알겠지만, 21대 서병수 법안과 22대 김대식 법안은 같은 법안이다. 김대식 의원이 폐기된 법안을 똑같이 다시 발의한 것은, 말하자면 당연히 해야 할 밀린 숙제를 이제서야 하는 것이지 대단한 의미를 담아 마치 "사내대학원 설립에 뭔가 결정적인 기여"를 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 문제에 대해 언론은 국회의 '게으름'을 지적해야 할 일이지, 과대포장된 법안의 '선전'에 동조할 일은 아니다.
▣ 국회의원 보도자료 '베끼기'에 바쁜 언론의 문제
왜 언론은 과대포장된 평생교육법(안)을 여과 없이 기사로 내보내는 것일까? 이는 아주 오래된 관행인데, 국회의원이 제공하는 보도자료를 그냥 베껴서 기사화하기 때문이다. 그대로 받아쓰기다. 국회의원의 법안 관련해서 국회에 나쁜 관행이 여러가지 있는데, 이를 조금씩 개선해 나가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법안의 이면을 철저하게 분석하는' 언론의 노력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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