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아] '자동차 급가속 억제장치'를 달자고? 그게 뭔데?

▣ 교통안전법 개정안(한지아, 김병기)

지난 7월 1일, 시청역 자동차 역주행 돌진사고로 16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비극이 있었다. 이 사고를 계기로 급발진, 고령운전자 문제의 심각성이 다시 부각되었고, 이에 대한 대책이 다양하게 논의되고 있다.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되었다.

▶한지아 의원 발의, 「교통안전법」 개정안

한지아 의원_교통안전법 개정안_보도자료

한지아 의원은 교통안전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보도자료를 통해  '고령운전자 급가속 교통사고 방지법'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시청역 참사가 있은지 불과 몇일 안된 때라 그런지 언론도 한지아 의원의 법안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한지아 의원_교통안전법 개정안_언론보도

언론은 한지아 의원의 보도자료를 토대로 여과 없이 '급가속 방지법'이라는 제목을 달아 기사화 하면서, '자동차 급가속 억제장치'를 장착하는 경우 국가에서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는 법안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자동차 급가속 억제장치? 이게 과연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22대국회 한지아 법안은, 21대국회 김병기 법안과 동일 

21대국회_김병기 의원 발의_교통안전법 개정안_처리경과

우선, 한지아 의원이 발의한 교통안전법 개정안은 21대국회에서 김병기 의원이 발의했던 법률안이다. 김병기 의원의 교통안정법 개정안은 21대국회에서 국토위 소위에 회부되었으나 별 진전 없이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다. 한지아 의원은 이 법안을 22대 국회에서, 시청역 참사를 계기로 다시 발의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김병기 의원 역시 7.5일 같은 날, 같은 법안을 발의했다. 다만, 두 법안이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

▶'운행 안전장치'와 '급가속 억제장치'의 차이는?

21대국회 김병기 안(2023-3-9 발의)	22대국회 한지아 안(2024-7-9 발의)
제55조의4(고령운전자의 운행 안전장치 장착 자동차 구매 지원) ① 국가등은 65세 이상의 고령운전자가 자동차사고의 예방에 효과적인 자동차 운행 안전장치를 장착한 자동차를 구매하는 경우 그 비용의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	제55조의4(고령운전자의 자동차 급가속 억제장치 장착 지원 등) ① 국가 등은 65세 이상의 고령운전자가 자동차 사고 예방에 효과적인 자동차 급가속 억제장치를 장착하거나, 장착된 자동차를 구매하는 경우 그 비용의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

자동차 급가속 방지법

21대국회 김병기 의원 법안의 '자동차 운행 안전장치'를 한지아 의원은 '자동차 급가속 억제장치'로 표현을 바꾸어 발의한 것이다. '급가속 억제장치'라는 말이 여기에서 나온 것이다.

자동차 첨단 안전장치 종류

자동차에 장착되는 첨단 안전장치는 비상자동제동장치(AEBS, Autonomous Emergency Braking System), 적응순항제어장치(ACC, Adaptive Cruise Control) 등이 있는데 한지아 의원이 말하는 '급가속 억제장치'가 이 중 하나인지, 아니면 다른 것인지 알 수 없다. 다만 21대 국회에서 김병기 의원이 '자동차 운행 안전장치'라는 표현으로 법안을 발의했을때 국토부는 "운행 안전장치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고, 장치에 대한 기준·성능·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시점에서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한지아 의원의 '급가속 억제장치'도 같은 문제를 극복해야 할 처지로 보인다.

▶홍보용 법안으로는 아무 것도 해결 못해

우리나라 고령운전자 비중 및 사고 통계

우리나라에서 65세 이상 고령운전자 비중이 증가하고 있고,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 발생률도 늘고 있으며, 특히 고령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에서 사망자 점유율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효과적인 대책을 시급하게 찾아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한지아 의원 프로필_출처: 대한민국국회 홈페이지

다만, 법을 발의할 때는 좀 더 신중하면 좋겠다. 지난 국회에서 발의됐다가 폐기된 법안을 표현만 살짝 바꾸어 다시 발의하고, 마치 대단한 의미가 있는 '급가속 방지법'처럼 포장하는데만 열심인 것 같아 매우 씁쓸하다. 홍보용 법안으로는 해결할 수 있는게 아무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