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2대 국회

태양광은 국민의힘 '금기어'가 아니었다

by 레몬컴퍼니 2024. 9. 6.

▣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개정안(이용선, 허영, 김소희)

국민의힘 소속 김소희 의원이 주차장에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설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주차장 태양광 설치 의무화 자체는 놀라운 일은 아니다. 21대 국회에서도 같은 법안이 발의된 바 있고(폐기되었지만), 22대 국회에서도 김소희 의원 발의 전에 이용선, 허영 의원이 이미 발의했다. 놀라운 것은 김소희 의원이 국힘 소속이라는 것. 정부여당에서 '태양광'이나 'RE100'은 금기어인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태양광은 국민의힘 금기어가 아니었다

▶주차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의무설치법안

주차장에 재생에너지 설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법안은 이용선(2024년 6.24일), 허영(8.29일), 김소희(9.5일) 발의했다. 이용선, 허영 의원은 민주당 소속이고 김소희 의원은 국민의힘 비례대표 의원이다. 주차장에 설치하는 재생에너지 설비는 그냥 태양광 설비로 간주해도 될 것 같다. 주차장에 풍력발전기를 세울순 없지 않은가? 현재 발의된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개정안 발의 현황은 아래 <표>와 같다.

일자 발의 의원 주요 내용(요약)
6.24일 이용선 제12조의13(공영주차장의 신·재생에너지 설비 설치의무화) 주차대수 80대를 초과하는 규모의 공영주차장을 설치한 자로 하여금 해당 주차장의 50% 이내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면적에 신ㆍ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하게 하여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
8.29일 허영 제12조의2(주차장의 신ㆍ재생에너지 설비 설치 의무) 주차대수 80대 초과 규모의 주차장을 설치하려는 자는 해당 주차장의 50% 이상의 면적에 신ㆍ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하게 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설비 설치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
9.5일 김소희 제12조의13(주차장의 신ㆍ재생 에너지설비 설치 의무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상의 주차장을 설치ㆍ운영하는 자는 산업통상자원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신ㆍ재생 에너지 설비를 설치하여야 한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필요한 재정적ㆍ행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

3개의 법안은 비슷한듯 하면서도 조금 다른데, 가장 큰 차이는 주차장 내 재생에너지 설비의 규모다. 이용선은 50% 이내에서, 허영은 50% 이상으로 규정했고, 김소희는 이를 산자부에서 정하도록 했다.

주차장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 의무화 법안_이용선 허영 김소희

▶같은 법안이 21대에서는 왜 폐기되었나?

주차장에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설비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은 21대 국회에서도 발의되었다가 폐기되었다. 당시 허영 의원은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법'이 아니라 「주차장법」 개정안을 통해 시도하였다. 이용선 의원은 21대에서도 22대와 같은 취지로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두 건 모두 폐기되었다.

법안명 발의 의원
(발의일자)
주요 내용(요약)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개정안 이용선
(2023.2.13일)
제12조의2(노외 주차장의 신ㆍ재생 에너지 설비 설치 의무) 주차대수 80대를 초과하는 규모의 노외주차장을 설치한 자로 하여금 주차장의 50% 이상의 면적에 신ㆍ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하게 하여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
주차장법 개정안 허영
(2023.7.19일)
제6조의4(신재생 에너지 발전시설의 설치 등) 주차대수 80대를 초과하는 규모의 주차장을 설치하려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상의 태양광·풍력발전 시설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을 설치하여야 한다. 설치 기준, 방법 등 필요한 사항은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한다.

왜 폐기되었을까? 「주차장법」은 국토교통부 소관 법률이고,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법」은 산자부 소관이다. 둘이 궁합이 맞아야만 통과될 수 있는데, 우선 국토부는 주차장 태양광 설치에 대체로 반대입장이다. 21대에서 허영 의원 발의 「주차장법」 개정안에 대해 국토부는 "이 문제는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에서 다룰 법"이라는 핑계로 처리에 미온적이었다. 국토부는 대략 이런 입장이다.

☞ 실질 주차면적이 감소함
☞ 주차장과 관계없는 과도한 규제로 주차장 활성화를 저해함
☞ 국가나 지자체 또는 사업자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음
☞ 노면 설치 지상 주차장은 가능할 수 있으나, 건축물식 또는 부설주차장은 설치 어려움

재생에너지 소관 부처인 산자부의 경우도 국토부 만큼은 아니지만 주차장 태양광 설치에 그닥 호의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산자부의 대체적인 분위기는, 큰 틀에서 찬성은 하지만 주차장 부지마다 일조량 등 여건이 제각각인데 모두 동일하게 일정 규모 이상의 설치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21대국회_주차장 태양광 설치에 대한 관계부처 및 지자체 의견_출처: 국회 산자위 검토보고서

따라서 국민 다수가 이용하는 주차장 시설의 안전성과 주차장 별로 상이한 설치여건 등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냥 반대한다는 말을 이렇게 표현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22대 국회에서 산자부는 이 문제를 '의무'가 아닌 '권고'로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 적폐 취급 '태양광', 기사회생 할 수 있을까?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은 전체의 9.64%다. 글로벌 평균 30%에 비하면 턱없는 수준이다. 오죽하면 주차장에 태양광 발전 설치를 의무화하자는 법안이 나올까?

2023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

그런데 대개 아다시피 '태양광'은 윤석열 정부에서 비리의 온상으로 적폐 취급을 받았다. 여담이지만 RE100은 정부여당 내에서는 이심전심으로 거의 '금기어'가 되고 있다.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은 대표적인 국제기후 행동으로, 2014년에 시작된 글로벌 이니셔티브다.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에너지를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세운 기업들의 모임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납품 기업에 RE100 이행을 요구하고 있으며, RE100 불이행 기업에 대해서는 계약 취소 등 강경 대응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여당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주차장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 의무화 법안을 낸 것이다. 이게 국면 전환의 계기가 될 것인가? 아니면 해프닝으로 끝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