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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딥페이크 성범죄와 국회의 '뒷북' 입법

by 레몬컴퍼니 2024. 8. 28.

▣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해식, 김한규, 김남희, 한정애, 황명선)

딥페이크 성범죄 뉴스량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딥페이크(Deep Fake)는 AI의 학습을 뜻하는 딥러닝(Deep learning)과 가짜라는 뜻의 페이크(Fake) 합성어다. AI 기술을 이용해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하기 어렵게 만든 가짜 콘텐츠다. 최근 특정 인물의 얼굴 사진을 음란물에 합성해서 성범죄물을 제작해 유포하는 성범죄가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특히 초중고 학생들의 대규모 피해가 알려지면서 관계기관과 정치권이 분주해지고 있다.

▶딥페이크 성범죄 처벌 강화 법안

딥페이크 성범죄 뉴스가 폭증하면서 딥페이크 성범죄 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되었다. 8월 27일 하루만에 5건의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접수되었다. 발의 의원은 이해식, 김한규, 김남희, 한정애, 황명선 의원이다. 법안의 내용을 분석하기 전에 먼저 성폭력 범죄 처벌법의 연혁과 특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딥페이크 성범죄 처벌 특례법과 국회이 뒷북입법

▶'N번방 사건'과 성폭력범죄 처벌법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촬영물, 영상물을 이용한 성범죄 처벌과 관련된 조항은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제14조의2(허위영상물 등의 반포 등), 제14조의3(촬영물 등을 이용한 협박·강요)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이 특례법 '제14조' 이하의 신설 및 개정 날짜를 보면 대부분 2020년 3월과 5월임을 알 수 있다. 촬영 등에 의한 성범죄 처벌이 강화되었고, 딥페이크 성범죄 처벌의 근거가 되는 '제14조의2'도 2020년 3월에 신설되고, 5월에는 상습범죄자를 가중처벌하도록 개정되었다. 이 때가 언제인가? 소위 'N번방 사건', '텔레그램 성착취방 사건'의 전모가 세상에 드러나면서 큰 논란이 되었을 때다. 2020년 3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검거되었고 얼굴과 신상이 공개되었다. 이러한 희대의 성범죄를 강력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팽배했고, 국회에서 이를 반영하여 관련 처벌법이 강화되거나 신설된 것이다.

'제14조''제14조의2'의 차이점

특례법 제14조카메라로 찍은 촬영물에 대한 처벌조항이고. 제14조의2편집을 통한 영상물에 대한 처벌조항이다. 딥페이크 성범죄 처벌은 '제14조의2'에 의해 처벌받는다. 이 두개의 조문구성은 비슷하지만 차이가 있다.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제14조의2(허위영상물 등의 반포 등)
①......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개정 2020.5.19> ① 촬영물 등을......편집 · 합성 또는 가공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신설 2020.3.24>
②......촬영물을 반포 · 판매 · 임대 · 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 · 상영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2020.5.19> ②......편집물 등을 반포 · 판매 · 임대 · 제공 · 전시 · 상영 등을 한 자...... 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신설 2020.3.24>
③영리를 목적으로......죄를 범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개정 2020.5.19> ③영리를 목적으로......죄를 범한 자는 7년 이하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신설 2020.3.24>
④ 제1항 또는 제2항의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소지 · 구입 · 저장 또는 시청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신설 2020.5.19> <없음>
⑤ 상습으로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죄를 범한 때에는 그 죄에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한다. <개정 2020.5.19> ⑤ 상습으로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죄를 범한 때에는 그 죄에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한다. <개정 2020.5.19>

위 <표>에서 보다시피, 제14조의2( 허위영상물 등의 반포 등)에는 제④항, (성범죄)영상물의 소지 · 구입 · 저장 · 시청에 대한 처벌조항이 없다. 촬영물이냐, 편집한 영상이냐의 차이일 뿐 동일한 법체계의 조항인데, 왜 제14조의2에서는 제④항이 빠졌을까?

▶허위영상물의  '소지·구입·저장·시청' 처벌조항이 빠진 이유

좀 허무하긴 한데, 실수로 놓쳤다는 해석이 맞는것 같다. 순서로 보면 'N번방 사건'과 같은 범죄 처벌을 위해 2020년 3월에 제14조의2를 신설했고, 이후 촬영물 등에 의한 성범죄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5월에 제14조를 개정했는데, 이 때에 제14조의2도 함께 개정 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당시에 단기간에 제정, 개정을 연속적으로 하다보니 제14조의2 ④항 신설을 빼먹었다는 설명이다. 이런 경우를 보통 '입법미비'라고 한다. 당연히 필요한 법률을 만들지 않았다는 뜻이다.

▶21대국회의 '입법미비' 개선 시도, 그러나 폐기

21대국회에서 특례법 제14조의 (허위영상물 등의 반포 등) 제④항 입법미비를 인지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 2021년 4월 19일 권인숙 의원이 발의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다.

21대국회_권인숙 발의_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 처리경과

이 법안은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허위 영상물의 소지·구입·저장·시청까지 처벌하도록 특례법 제14조의2 제④항을 신설'하는 내용인데, 어찌된 일인지 그냥 잠자고 있다가 폐기되었다. 이유는 모른다. 발의 이후 한번도 논의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제④항을 신설하기 위한 20대국회 법사위 법안소위(2020. 4. 28.)에서 이게 너무 과잉입법이 아니냐는 논란이 좀 있었는데, 혹시 그 영향 때문이 아니었는가 하는 의심은 있다.

▶22대 국회의 딥페이크 성범죄 처벌 '뒷북입법'

딥페이크 성범죄 뉴스 폭증과 비례하여 관련 법률 개정안도 밀물처럼 발의되었다.

언론보도_딥페이크 성범죄 처벌 특례법 개정안

뉴스만 보면 대단히 신속하고 강력한 조치를 담은 법안이 발의된 것 같은데, 실상을 따지고 보면 21대국회에서 권인숙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사실상 그대로 재탕 발의한 법안들이다. 아래 표는 8월 27일 하루 동안 한꺼번에 발의된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다.

발의 일자 발의 의원 주요 내용(제안 이유)
2021.4.19
(21대국회)
권인숙 ⊙허위영상물를 소지 · 구입 · 저장 · 시청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규정 신설, 상습적인 경우 형을 가중 → 21대국회 임기만료 폐기
2024.8.27 이해식
(행안위)
⊙성적 허위영상물을 소지·구입·저장·시청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규정을 신설하고, 상습적인 경우 형을 가중
2024.8.27 김한규
(산자위)
⊙허위영상물 등을 소지·구입·저장 또는 시청한 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
2024.8.27 김남희
(복지위)
⊙허위영상물을 소지·구입·저장·시청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규정을 신설, 상습적인 경우 형을 가중
2024.8.27 한정애
(외통위)
⊙허위영상물등을 소지·구입·저장 또는 시청한 자를 처벌
2024.8.27 황명선
(기재위)
⊙허위영상물을 구입·소지·시청·저장·판매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규정 마련, 상습적으로 한 경우 그 형을 가중

성폭력범죄 처벌법 발의_이해식 김한규 김남희 한정애 황명선

▣ 관전 포인트

어떤 국회의원이 무슨 법안을 발의했는가? 사실 이건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발의한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국회의원이 어떤 노력을 하는가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법안을 다루는 상임위에서 법안의 처리를 위해 정부와 동료의원을 설득해내는 과정이다. 이 성폭력범죄 처벌법 개정안은 법사위 소관 법안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법안을 발의한 의원 중 법사위 소속 의원은 아무도 없다. 현실적으로 위원회에 참석해서 이 법안의 처리를 위해 발언할 기회조차도 없다. 위 5명의 국회의원이 딥페이크 범죄 처벌 강화를 위한 법 개정을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는지가 재미있는 관전포인트다. 아무 노력도 없이 뒷짐만 지고 있다면, 이건 그냥 발의 자체가 목적인 법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