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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근로감독 권한, 지방 위임은 가능할까?

by 레몬컴퍼니 2024. 8. 22.

▣ 「근로기준법」 개정안(이재명)

'근로감독'이란 노동부와 소속기관에 근로감독관을 두어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련 법령 준수 여부를 감독하는걸 말한다. 이 근로감독 권한은 현행법 상 중앙정부 고유 권한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사업장 현장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다보니 이 감독 권한 일부를 지방정부에 위임하자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170석을 거느린 제1야당 민주당 대표 이재명 의원의 제1호 법안이다. 참고로, 같은 취지의 법안이 21대국회에서 4건 발의되었는데...모두 폐기되었다.

▶'근로감독관'이란?

근로감독관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 제101조부터 제106조까지, 그리고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제6조의2에서 정의하고 있는데, 핵심내용은 대략 이러하다.

① 고용노동부와 그 소속 기관에 근로감독관을 둔다.
② 근로감독관은 사업장, 기숙사, 그 밖의 부속 건물을 현장조사하고 장부와 서류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으며 사용자와 근로자에 대하여 심문할 수 있다.
③ 노동 관계 법령에 따른 현장조사, 서류의 제출, 심문 등의 수사는 검사와 근로감독관이 전담하여 수행한다.
④ 근로감독관은 그의 관할구역안에서 발생하는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 법령 위반의 죄에 관하여 사법경찰관의 직무를 행한다.

쉽게 말하면, 근로감독관은 근로기준법 준수 여부에 대한 감독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다. 노동관계 법령을 위반한 범죄에 대하여는 「형사소송법」의 규정에 의한 사법경찰관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 더 간단히 정의하면, 근로감독관은 노동 관련 문제를 다루는 특별사법경찰이다.

▶근로감독 권한 지방 위임이 거론되는 이유

2017년 1,450명이던 근로감독관 정원은 2024년 2,260명으로 7년간 810명 늘었다. 많아 보이지만, 전체 사업장 수에 비하면 태부족이다. 늘 인력난에 시달린다. 더구나 근로감독관의 업무가 광범위하다보니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은 1% 수준에 불과하다. 그것도 신고업무 위주고 현장감독 기능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중앙정부가 독점적으로 관장하는 근로감독 업무를 지방정부와 나눠서 하자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21대국회 「근로기준법」 개정 시도와 결과

이재명 대표가 근로감독 권한을 지방에 위임하자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사실 21대국회에서도 같은 취지의 법안이 이미 발의된 바 있다. 윤준병(2건), 임종성, 이수진 의원이 발의했다.

근로기준법 제101조(감독 기관) 제106조(권한의 위임)
현행법 ① 근로조건의 기준을 확보하기 위하여 고용노동부와 그 소속 기관에 근로감독관을 둔다. ① 이 법에 따른 고용노동부장관의 권한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일부를 지방고용노동관서의 장에게 위임할 수 있다.
윤준병
(2020.7.5)
① 현행과 같음
②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장에 대하여 고용노동부장관의 위임을 받아 [지자체]에 근로감독관을 둘 수 있다.
① 현행과 같음
② 이 법에 따른 고용노동부장관의 권한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일부를 [지자체의 장]에게 위임할 수 있다.
③ 제2항에 따라 위임된 권한에 대해서는 이 법에서 정하는 근로조건의 보장을 위하여 고용노동부장관의 지휘ㆍ감독에 따라야한다.
윤준병
(2020.11.5)
① 근로조건의 기준을 확보하기 위하여 고용노동부와 그 소속 기관, 그리고 고용노동부장관이 지정하는 특별시․광역시․도에 근로감독관을 둔다. ① 이 법에 따른 고용노동부장관의 권한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일부를 지방고용노동관서의 장 및 고용노동부장관이 지정하는 시․도지사에게 위임할 수 있다.
임종성
(2021.5.13
  ① (현행과 같음)
② 근로감독관의 권한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일부를 [지자체의 장]에게 위임할 수 있다.
이수진
(2021.11.11)
① 근로조건의 기준을 확보하기 위하여 고용노동부와 그 소속 기관, 고용노동부장관이 지정하는 [지자체]에 근로감독관을 둔다.
② 제1항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이 지정하는 [지자체]에 두는 근로감독관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 권한 중에서 일부권한을 갖는다.
① (현행과 같음)
② 이 법에 따른 고용노동부장관 의 권한은 제101조 제1항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이 지정한 [지자체의 장]에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일부를 위임할 수 있다.
참고 법안 원문의, '특별시ㆍ광역시ㆍ특별자치시ㆍ도ㆍ특별자치도'  →  [지자체]로 표기
법안 원문의, '특별시장ㆍ광역시장ㆍ특별자치시장ㆍ도지사ㆍ특별자치도지사' → [지자체의 장]으로 표기

이 법안들의 공통점은 광역지자체에 근로감독관을 둘 수 있도록 하고 고용노동부장관의 권한 일부를 광역지자체 장에게 위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즉, 광역지자체에 별도 근로감독관을 두어 근로자를 보다 적극적으로 보호하자는 취지다. 그래서 21대국회에서 이 법안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전부 폐기되었다.

▶21대 국회에서는 왜 '폐기'되었나?

두 가지 이유로 추정된다. 우선 정부가 반대한다. 고용노동부는 지역 간 근로보호의 격차, ILO 협약 위반, 지방자치법과의 충돌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근로감독 업무는 근로감독관이 고도의 전문성을 가지고, 전국적으로 통일된 기준에 따라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자체별 예산, 전문성, 인력 등 집행 여건이 달라 이에 따라 근로자 권익 보호에 격차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ILO 협약 위반에 대하여]
우리나라는 1991년 국제노동기구(ILO)에 가입하였고, 1992년 12월9일 근로감독에 관한 협약 81호를 비준했다. 이 ILO 협약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는데, 제81호 협약(근로감독 협약)에서 근로감독 업무는 중앙정부에서 직접 관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ILO 협약 제81호(근로감독 협약) 제4조 1. 근로감독관은 회원국의 행정관행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 중앙기관의 감독 및 관리 하에 두어야 한다.☜

둘째, 이 사안에 대해 국회에서 적극적인 법안 처리 의지가 없었다. 국회의 비밀은 속기록이 다 알고있다. 21대 국회 속기록을 보면, 근로감독 권한의 지방위임에 대해 논의된 대목이 딱 한군데 있다. 2020년 12월 3일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 속기록이다. 발췌가 아니라 '전문'을 그대로 옮긴다. 워낙 짧기 때문에.

⊙소위원장 안호영: 정부 측 의견 말씀해 주십시오.
⊙고용노동부차관 박화진: 이 법안에 대해서는 저희들한테 조금 더 시간을 주십사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저희들이 산안법 개정안에도 포함되어 있고 근로기준법 개정안도 지방자치단체를 관여시켜서 협업체계를 만드는 부분에 대해서는 검토를 하고 있는데 사실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또 위원님들께서는 미흡하다 이런 지적도 있으시고, 다만 윤준병 의원님이 내신 개정안에 대해서는 저희 입장에서는 아직 걱정되고 우려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어떤 절충안이 있을 수 있을지 하는 부분을 좀 더 진지하게 탐색을 해 볼 수 있도록 그렇게 시간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소위원장 안호영: 윤준병 의원님.
⊙윤준병 위원: 지금 이 법안 말고 또 이 내용에 추가해서, 지금 여기 전문위원 지적한 내용 중에 사법경찰관에 관련된 내용 포함해서 지금 또 추가적으로 발의된 내용이 있어요, 그래서 함께 검토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그 내용까지 같이 검토해서 의견을 조율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게 전부다. 끝이다. 굳이 덧붙이자면 윤준병 의원은 이 법안을 발의한 의원이다. 더 이상 어떤 논의도, 진전도 없이 21대 국회가 끝났다.

▶이재명 의원 발의, 「근로기준법」 개정안

이재명 의원 프로필_출처: 대한민국국회 홈페이지

이재명 의원이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21대 국회에서 이수진 의원이 발의(2021.11.11)한 법안과 대체로 흡사한데, 다만 근로감독관의 명칭을 '중앙감독관''지방감독관'으로 구분했을 뿐이다.

근로기준법 제101조(감독 기관) 제106조(권한의 위임)
현행법 ① 근로조건의 기준을 확보하기 위하여 고용노동부와 그 소속 기관에 근로감독관을 둔다. ① 이 법에 따른 고용노동부장관의 권한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일부를 지방고용노동관서의 장에게 위임할 수 있다.
이재명
(2024.8.21)
① 근로조건의 기준을 확보하기 위하여 고용노동부와 그 소속 기관에 근로감독관(이하 “중앙근로감독관”이라 한다)을 둔다.
② 제106조에 따라 근로조건의 기준을 확보하기 위한 고용노동부장관의 권한을 위임받은 [지자체의 장][지자체]에 근로감독관(이하 “지방근로감독관”라 한다)을 둘 수 있다.
③ 지방근로감독관은 사업 또는 사업장의 규모 등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하여 이 법에서 정한 근로감독관의 업무를 수행한다.

① 이 법에 따른 고용노동부장관의 권한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일부를 지방고용노동관서의 장 또는 [지자체의 장]에게에게 위임할 수 있다.

▶근로감독 권한 지방위임은 불가능할까?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ILO협약이나 지방자치법을 이유로 지방 위임을 반대하는 정부 입장에 대해 다른 의견도 있다. 예를 들면, ILO 협약의 취지가 중앙정부의 관리·감독 하에 지방정부가 근로감독을 실시하는 경우 제81호 협약에 반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지방자치법에도 근로기준 등 기준이 통일된 전국차원의 사무는 지자체가 수행할 수 없다고 되어있지만, 다른 법률에 규정이 있는 경우 예외로 할 수 있도록 하고있다. 국회가 정부와 협의하여 판단하고 결정할 문제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 1호법안_근로감독 권한 지방정부 위임

▶170석 제1야당 대표의 '제1호 법안'

근로감독 권한을 부여하는 문제는 정책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다. 당연히 입법이 수반되어야 할 문제다. ILO 협약 등 국제법규, 지방자치법 등 현행법과의 관계, 중앙정부 근로감독관 업무의 현실과 한계, 지방정부가 감당해야 할 실질적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 누가? 당연히 국회의원이 해야 할 일이다. 이 법안을 절대다수 제1야당의 대표가 제1호 법안으로 발의했으니 21대 국회와는 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21대 국회처럼 발의만 해놓고 정작 처리에는 관심도, 노력도 기울이지 않는다면 말짱 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