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_2차 민생입법과제
2024년 1월 20일, 민주당이 2차 민생입법과제를 발표했다. 눈에 띄는 것이 '중간착취 방지 4법'이다. 요즘 세상에 '중간착취'라는 말이 여전히 쓰인다는 것이 놀랍기는 한데, 아무튼 중간착취 방지법을 발의한다는 것은 어디에선가 '중간착취'가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나씩 살펴보기로 한다.
▣ 중간착취 방지 4법
민주당이 중간착취 방지 4법이라고 주장하는 입법과제는 ①근로기준법, ②파견근로자보호법, ③사업이전에서 근로자보호법, ④건설근로자 고용개선법 개정안이다. 아직 실체가 명확한 것은 아니지만, 기존에 발의된 법안과 민주당의 추진내용을 조합해 해당법안의 목적과 주요내용을 가급적 간략히 정리해본다.
①근로기준법 개정안: 사업 도급시 인건비 구분지급
현행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국가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가 발주하는 사업 등에 대해서는 직상 수급인으로 하여금 하수급인이 근로자에게 지급하여야 하는 임금을 다른 사업비와 구분하여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인건비 구분지급 의무를 일정규모 이상 공공사업에서 모든 도급계약으로 확대하는 법안이다.
직상수급인(直上受給人)이란, 도급이 수차에 걸쳐 행하여진 경우에 도급을 준 복수의 상수급인 중 하수급인의 직전수급인을 말한다. 근로기준법 제43조 (도급사업에 대한 임금지급) ①항에서는 "사업이 수차의 도급에 의하여 행하여지는 경우에 하수급인이 직상수급인의 귀책사유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때에는 그 직상수급인은 당해 수급인과 연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도급인이 도급금액을 지불했음에도 수급인이 근로자에게 지급할 임금을 유용하거나 체불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수급인에 고용된 근로자들의 임금 수령을 보장하려는 목적이다. 또한 이 법안에서는 도급인이 수급인의 전월(前月) 근로자 임금 지급 내역을 확인하도록 하고, 수급인이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경우 그 사실을 고용노동부장관에게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이 법안은 이학영 의원이 2024년 6월 24일에 발의했고, 유사한 법안을 정혜경 의원(2024-10-31), 이용우 의원(2024-11-4)이 발의했다.
[참고] 이 법안은 이학영 의원이 21대국회인 2022년 9월 20일에 발의한 법안과 동일한데, 21대에서는 임기만료 폐기되었다. 당시, 구분지급 임금비용을 사업비 지급 전에 확정하기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이 문제는 노사 및 이해관계자의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②파견근로자 보호법 개정안: 파견근로자 임금 중간착취 방지
파견근로자는 사용사업주로부터 지휘를 받아 일하는데, 임금은 파견사업주로부터 받는다. 이 과정에서 파견사업주가 중간에서 파견근로자의 임금을 착취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이 파견근로자 보호법 개정안이다.
2024년 10월 7일, 박홍배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①파견사업주가 과도한 이윤을 취할 수 없도록 하고, ②근로자 파견계약의 내용인 ‘근로자파견의 대가’에 임금액, 산정기준, 파견수수료 등을 구체화하며, ③파견사업주가 근로자파견의 대가 중 임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명시하여 사업보고서를 제출하고 이를 공개하는 내용이다.
[참고] 21대국회에서 이수진 의원(2021-4-19)과 윤미향 의원(2021-5-17)이 유사한 목적의 파견근로자 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임기만료 폐기되었다. 고용노동부는 ①일률적인 수수료 상한 규제는 시장을 왜곡할 수 있고, ②파견근로자의 숙련도, 경력 등에 따라 근로자의 임금을 유연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으며, ③파견수수료 공개는 경영상 과도한 정보공개일 수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③사업이전에서의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 근로자 고용 및 근로조건 유지
이 법안은 사업이전 시 고용승계 및 근로조건의 유지를 담보하고, 그간 판례로서 인정해온 고용승계를 법률에 규정하려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고용불안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다. 2024년 6월 28일, 송옥주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에서는 사업이전을 영업양도, 회사합병 및 분할, 용역업체 변경으로 구분하고 있고, 이에 따른 근로관계 및 근로조건의 승계, 노동조합의 지위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하고 있다. 그동안 사업이전에 따른 근로계약 존속 여부는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었다.
따라서 수탁업체 변경 등 근로관계 이전에 있어 근로자들의 고용 및 근로조건 유지를 위한 법률 제정 필요성이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유사한 목적으로 김태선 의원도 동법 개정안을 발의(2024-9-12)했다.
[참고] 송옥주 의원은 이 법률안을 21대국회에서도 발의(2021-5-17)했다. 공청회도 했는데, 2022년 1월 4일 환노위 소위에서 "여러가지 이론적으로 좀 더 검토할 점이 있다"는 이유로 심의가 중단되었고, 이후 임기만료 폐기되었다.
④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임금정보시스템 구축·운영
이 법안은 임금비용의 구분지급·임금의 지급내역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도급인·수급인·건설근로자에게 해당 정보를 원활하게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운영하는 내용이다. 2024년 7월 2일, 이학영 의원이 발의했다. 수급인이 임금 명목으로 지급받은 공사비 항목을 다른 항목으로 사용하여 임금체불이 발생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일종의 임금정보시스템을 구축·운영하는 것인데,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현재 (공공공사)전자적대금지급시스템 사용이 의무화되어 있어, 별도의 임금정보시스템 구축은 중복투자라는 입장이다.
[참고] 이학영 의원은 같은 법안을 21대 국회에서도 발의(2022-9-20)했다. 당시 임금비용 정보 등 발주자와 도급인 및 수급인 간 계약 관련 사항을 건설근로자에게 공개하는 것은 다른 법률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있었고, 해당 법안은 소위에 회부된 상태로 한번도 논의되지 못했다. 결국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다.
▣ 이번엔 '폐기' 안시킬 자신 있나?
민주당이 밝힌 민생입법과제 중 중간착취 방지 4법은 모두 21대국회에서 발의됐다가 폐기된 전과가 있는 법안들이다. 일부 법안은 해당 소위원회에서 논의가 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법안은 발의만 된 상태에서 잠들어 있다가 임기만료 폐기되었다. 민주당이 이 법안들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것은, 21대에서 폐기된 원인을 분석하고 그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했다는 것으로 이해하고싶다. 중간착취 방지 4법을 정리한 이유는 향후 민주당이 이 법안들을 처리하는 과정을 유심히 살펴보고자 하는데 있다. 이번엔 '폐기' 안시킬 자신 있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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