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김현정)
감사원은 2022년 5월부터 7월까지 금융감독원에 대한 정기감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를 2023년 4월에 발표했다. 감사결과에 따르면 금감원은 직제에 규정된 기준보다 집행간부(임원)와 국·팀장급 상위직을 초과운영하고, 이들 국·팀장급 중 지자체에 파견된 직원은 역할이 불분명한 상태로 무단결근 등 복무규정을 위반하고 있었다. 명퇴금을 이중지급하고, 채용비리·금품수수 등 범죄로 면직되어도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하는 문제 등도 적발되었다. 이 중 집행간부(임원) 초과 운영에 대해 이를 시정조치하는 법안이 발의되었는데, 이 법안이 통과되면 금감원은 '벌'이 아니라 '상'을 받게 된다. 놀라운 반전이다.
▶김현정 의원 발의, 「금융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김현정 의원은 「금융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해 현행 금감원 부원장보 정원인 9명을 10명으로 늘리고, 부원장보 중 1명을 회계전문심위위원으로 임명하도록 했다.
왜 이런 법률개정안이 발의되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2022년 금융감독원에 대한 감사원의 정기감사부터 그 히스토리를 봐야한다.
▶금융감독원 조직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백투더 퓨처'
위 그림은 현재 금융감독원의 조직도다. 금융위원회법에 따르면 금감원의 집행간부는 원장1, 감사1, 부원장4, 부원장보9 이렇게 15명이다. 그런데 2022년 5월, 금감원이 감사원 감사를 받을 당시 조직도는 이렇지 않았다. 부원장보 라인에 1명이 더 있었는데, 회계담당 전문 심의위원이다.
회계담당 전문 심의위원은 부원장보와 동일한 대우를 받았다. 임기, 기본연봉(156백만원), 성과급지급률, 퇴직금, 업추비, 집무실 면적, 비서인원, 지원차량 모두 부원장보와 동일했다. 사실상 불법적으로 집행간부(임원)의 정원을 초과하여 운영하다가 감사원에 적발된 것이다. 감사조치 요구에 따라 이후 이 자리는 국장급으로 하향조정되었다.
쉽게 말하면, 김현정 의원의 법안은 감사원 적발 이전의 조직도로 금융감독원의 직제를 돌려놓고자 하는 법안이다. 고위간부의 자리를 늘리는 것은 모든 조직의 최대 관심사고 숙원사업이다. 어물쩍 정원을 초과하여 고위직을 운영하던 금감원에게 '벌'을 주어야 할 것 같은데 오히려 '상'을 내리는 법안이다. 그것도 제일 큰 상을.
▶감사원도 무시하는 금융감독원의 '유사직위' 운영
2022년 감사에서 금감원이 지적받은 사항은 이 뿐이 아니다. 감사원은 2009년, 2015년, 2017년 세 차례에 걸쳐 금감원에 "직제상 직위 외에 유사직위를 운영하지 않도록 지적"했으나, 2022년 감사에서도 금감원이 국장급 27개, 팀장급 19개, 총 46개의 유사직위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적발되었다.
유사직위란 직제상 정식 직위자가 아니지만 대외관계상 직위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지방자치단체 파견직원 등에게 국·팀장급 직위를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감사원은 2017년 감사 결과에 따라 금감원이 유사직위 운영을 중단하도록 했으나, 금감원은 되레 팀장급 유사직위 정원을 5명 늘렸고(2021년),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금융위는 이를 묵인·방치하였다.
금감원은 유사직위자를 매년 30여 명씩 지방자치단체 등 외부에 파견하면서도 정작 본원에 근무할 실무인력이 부족하다며 금융위원회에 매년 정원 증원을 신청하였고, 금융위원회는 2019년 이후 연간 45~80명씩 금감원의 정원을 늘려주었다.
▶강원도 파견 금융정책 자문관, 레고랜드 사태 알지도 못해
지방자치단체 등 외부파견자 실태에 대한 감사결과 또한 가관이다. 금감원은 파견 필요성, 파견자의 직급·규모 등에 대한 검토·심의 절차도 없이 부원장 등이 파견여부를 결정했고, 업무실적 등 사후관리도 하지 않았다. 2022년 9월, 채권시장을 흔들어 금융시장에 막대한 피해를 준 레고랜드 사태가 있었다. 당시 김진태 강원도지사에 대한 금융정책 보좌·자문 목적으로 파견된 금융감독원 유사직위자는 관련 사실을 알지도 못했다고 한다. 감사원 결과보고에 따르면 3년 6개월 간 파견자 86명이 작성한 문서가 41건에 불과할 정도로 업무실적이 미흡한 가운데 무단결근 등 복무규정 위반과 예산 부당집행도 적발되었다. 이 외에도 퇴직금·상여금을 불합리하게 산정하고 해고예고수당 등을 부당지급하여 2015년 이후 18억여 원의 인건비를 과다지출한 사실도 적발되었다.
▶금감원은 감사 지적사항을 개선하고 있을까?
오늘 이 시점에 감사원으로부터 시정 요구받은 금감원의 유사직위가 폐지되었는지 모르겠다. 인사라는 것이 어느 한순간에 원점으로 되돌리기 어려운 것인지라, 아직 충분히 개선되지는 않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어쩌면 차일피일 미루며 은근슬쩍 넘어갈 궁리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정원을 초과한 집행간부 문제는 국회의원의 힘을 빌려 손쉽게 해결하려고 한다. 불법행위를 시정하라고 했더니 법을 바꾸면 된다는 격이다. 이런 것이 실세 금감원장의 힘인가?
이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의 깊은 뜻은 솔직히 알 수가 없다. 다만, 금감원의 부원장보를 한명 더 늘리는게 얼마나 필요하고 중요한 일인지 제대로 설명이라도 해주면 좋겠다. 21대 국회에서 김주영 의원이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해서 한국은행 부총재보를 현행 5명에서 2명 더 늘리려 한 적이 있다. 불발되었다. 당시 한국은행은 "금감원은 부원장보가 무려 9명 씩이나 되는데,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겨우 5명"이라며 볼멘 소리를 했다. 라임·옵티머스 사태 등에서 드러난 금감원의 부실감독을 생각하면, 이런 식으로 금감원에 면죄부를 주는게 과연 올바른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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