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투자회사법」,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10건(김현정)
21대국회에서 이용우 의원(22대 국회의 이용우 의원이 아니다)은 임기중 138건의 법안을 발의했다. 그 중 2020년 11월 10일부터 13일까지 4일에 걸쳐 49건의 법안을 발의했는데, 49건 모두 동일한 내용이었다. 국제회계기준에 맞춰 '대차대조표'라는 용어를 '재무상태표'로 바꾸려는 것이었다. 이게 뭐라고...22대 국회에서도 같은 법안이 대거 발의되고 있다.
▶21대국회 이용우, 대차대조표→재무상태표
당시 이용우 의원은 대차대조표가 일제의 잔재라며, 2011년 국제회계기준 도입으로 기업회계기준에서 대차대조표를 재무상태표(statement of financial position)로 변경하였기때문에 대차대조표를 재무상태표로 변경하자고 했다. 그 내용으로 4일동안 49건의 법안을 왕창 발의했다. 그래서 결과는?
일부는 반영됐고, 일부는 반영이 안된 상태로 21대국회 임기만료와 함께 폐기되었다. 왜 그랬을까? 해도 되고, 안해도 별 문제는 없는 그런 상태였기 때문이다.
▶대차대조표와 재무상태표, 바꿔도 좋고 안해도 그만
대차대조표(Balance Sheet, BS)는 특정 시점에 기업의 재무상태를 알 수 있게 나타낸 재무제표(財務諸表)다. 자산이 규정되는 차변(借邊)과 부채·자본이 규정되는 대변(貸邊)으로 구성되어 있다. 재무상태표도 같은 말인데 표현만 다른 것이다. 국회 법제실은 지속적으로 법령용어를 알기쉽게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국회도 ‘대차대조표’를 ‘재무상태표’로 순화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그런데, 국제회계기준(IFRS)이 ‘재무상태표’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이 명칭에 대한 강제규정이 없기때문에 그냥 '대차대조표'라는 용어를 써도 된다. 대차대조표가 일제의 잔재다? 그건 모르겠다. 결과적으로, 해도 좋고 안해도 그만인 사안이라고 볼 수 있다.
▶22대국회 김현정, 대차대조표→재무상태표
그런데 22대 국회에 와서도 이 대차대조표 용어 변경 법안이 또 발의되었다. 21대 이용우와 패턴도 비슷한데, 22대 김현정 의원이 2024년 7월 17일 하루 동안 10건을 발의했다. 발의 이유도 이용우 의원과 동일하다. 한글자도 다르지 않다.
21대국회 이용우 제안이유 | 22대국회 김현정 제안이유 |
2011년 국제회계기준 도입으로 기업회계기준에서 대차대조표를 재무상태표(statement of financial position)로 변경하였는데, 아직 일제시대부터 사용하던 대차대조표 용어가 법률에 남아있어 이를 재무상태표로 변경하고자 함 | 2011년 국제회계기준 도입으로 기업회계기준에서 대차대조표를 재무상태표(statement of financial position)로 변경하였는데, 아직 일제시대부터 사용하던 대차대조표 용어가 법률에 남아있어 이를 재무상태표로 변경하고자 함 |
▶소신이라면 할 말 없지만,
그런데 자세히 보면 더 웃기는게 있다. 김현정 의원이 발의한 대차대조표 용어 변경 법안은 모두 21대국회에서 이용우 의원이 발의했다가 임기만료에 따라 폐기된 법안들이다. 그냥 베껴서 다시 발의한 것이다.
'대차대조표'를 '재무상태표'로 반드시 바꿔야 한다는 것이 김현정 의원의 소신이라면 더 이상 할 말은 없다. '대차대조표'가 일제의 잔재기때문에 절대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소신이라면 그것에 대해서도 뭐라 할 말은 없다. 다만, 이 말은 꼭 하고싶다. 좀 적당히 하자. 이런 식으로 법안 발의 건수를 왕창 늘리면 뭐할 것인가? 국회의원이 이런 일 말고도 할 일이 너무나 많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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