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특례제한법이란 무엇인가?
소위 '조특법'이라 불리는 조세특례제한법은, 동법 제1조(목적)과 제2조(정의)에 잘 규정되어 있다. 간단히 말하면 세금을 깎아주거나 더 매기는 근거가 되는 법이다.
[조세특례제한법]
제1조(목적) 이 법은 조세(租稅)의 감면 또는 중과(重課) 등 조세특례와 이의 제한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여 과세(課稅)의 공평을 도모하고 조세정책을 효율적으로 수행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정의) ①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7. (생략)
8. "조세특례"란 일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의 특례세율 적용, 세액감면, 세액공제, 소득공제, 준비금의 손금산입(損金算入) 등의 조세감면과 특정 목적을 위한 익금산입, 손금불산입(損金不算入) 등의 중과세(重課稅)를 말한다.
▶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가?
이솝우화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비롯된 이 말은 보통 생산·판매자에게 지속적으로 큰 이득을 가져다주는 상품이나 주식 등 '큰 이득이 될 만한 것'이라는 경제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황금알을 낳는 여의도의 거위는 조세특례제한법이다. 이 법은 국회의원들에게 '입법실적'을 아주 쉽게 늘려주는 보배같은 존재다.
▶'착한 임대인 세액공제' 사례로 보기
소위 '착한 임대인 세액공제' 제도라 불리는 「조세특례제한법」제96조의3은 임대인이 소상공인 임차인에게 상가임대료를 인하해서 받으면, 인하액의 일부를 세액공제 해주는 것이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이 법은 2020년 3월에 시행된 이후 몇 차례 개정되어 왔다.
개정시기 | 2020년 | 2021년 | 2022년 | |||
3월 | 12월 | 3월 | 12월 | 12월 | ||
공제율 | 인하액의 50% | 인하액의 70% | ||||
공제기간(~까지) | 2020.6월 | 2021.6월 | 2021.12월 | 2022.12월 | 2023.12월 |
집합금지 등 코로나19 긴급조치가 해제된 상황에서 이 제도를 지속해야 하는가의 논란이 있었지만, 아무튼 이 조세특례의 만기일(2023.12월)일 앞두고 정부는 일몰기한을 1년 더 연장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2023년) | 정부 개정안(2023년 9.1일) | 공포법률(2023년 12.31일) |
제96조의3(상가임대료를 인하한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액공제) ① (전략)상가건물에 대한 임대료를 임차인으로부터 2020년 1월 1일부터 2023년 12월 31일까지인하하여 지급받는 경우 (중략) 인하액의 100분의 70에 해당하는 금액을 소득세 또는 법인세에서 공제한다. |
제96조의3(상가임대료를 인하한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액공제) ① (전략)상가건물에 대한 임대료를 임차인으로부터 2020년 1월 1일부터 2024년 12월 31일까지인하하여 지급받는 경우 (중략) 인하액의 100분의 70에 해당하는 금액을 소득세 또는 법인세에서 공제한다. |
"정부안과 동일" |
정부는 착한 임대인 세액공제 제도를 1년 더 연장하는 조특법 개정안을 2023년 9월 1일 제안하였고, 결과적으로 이 개정안은 2023년 12월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 12월 31일 공포되었다. 그런데, 정부안이 제출되기 전후로 여러 의원이 유사한 취지로 착한 임대인 세액공제 제도 연장을 위한 조특법을 발의하였다.
제안자 | 김용민 | 조정식 | 정부 | 정태호 | 김형동 |
제안일 | 2023년 6.30일 | 2023년 7.3일 | 2023년 9.1일 | 2023년 9.26일 | 2023년 10.5일 |
공제율 | 인하액의 80% | 인하액의 80% | 현행유지 | 현행유지 | 현행유지 |
공제연장기간 | 3년 | 1년 | 1년 | 3년 | 2년 |
위 표에서 보는 것처럼 2023년 9.1일 정부의 조특법 개정안 제출 전후로 총 4명의 의원이 조특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공제율과 연장기간이 조금씩 다를 뿐이다. 당연히 의원은 정부와 생각이 다를 수 있다. 당연히 정부와 다른 의견을 법안에 담아 제출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각자의 의견을 담은 개정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최소한의 노력을 해야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아무도 정부(안)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정부안과 의원발의안 4건은 2023년 11월 13일 기획재정위원회에 상정되었고, 11월 20일 기재위 조세소위원회에서 논의되었다. 당시 회의록을 보자.
▷소위원장 류성걸 정부 의견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기획재정부제1차관 김병환 정부는 현행 요건과 기준으로 1년 연장하는 안을 냈고요. 그 과정에서 보면 22년에 실시된 조세특례 심층평가에서 이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약간의 의문이 있고 또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데 대해서는 조금 우려를 표명하는 평가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코로나19로 인해서 도입됐던 이 제도를 아직 소상공인들한테는 경영의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서 한 1년 정도 연장을 하고 혜택은 더 볼 수 있도록 하되 한번 상황을 봐야 되지 않느냐 하는 그런 입장이고요. 그리고 세액공제율을 높이는 부분은 아까도 전문위원이 얘기했습니다만 70%로 정할 때 역진적인 상황이 안 나오게 하는 최고치를 아마 잡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올리는 부분에 대해서는 그 때 걱정했던 문제가 다시 나올 것 같아서 그냥 유지하고 연장하는 게 어떨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소위원장 류성걸 위원님들 의견 주십시오. 그렇게 해도 되겠습니까, 정부안으로?
(예 하는 위원 있음)
▷소위원장 류성걸 정부안으로 잠정 의결하겠습니다.
보다시피 정부의견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심지어 이 회의에는 위 4명 중 1명이 참석까지 했다.) 그래서 그냥 정부안으로 확정되었다. 이 대목에서 드는 의문점. 이럴거면 뭐하러 저렇게 여러 개의 법안을 발의했을까? 그냥 정부가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두면 될 것을.
▶조특법은 그냥 '황금알을 낳는 거위'일 뿐
착한 임대인 세액공제를 연장하는 조특법 개정안은 4명의 의원에게 각각 1건씩 입법실적을 선물했다. 전후과정을 살펴보면, 4명의 의원은 법안 발의 후 자신들의 발의한 내용을 관철시키기 위해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했다고 항변할 수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은 회의록에 기록되어야한다. 회의록에는 노력한 흔적이 전혀 남아있지 않다.
다른 조세특례제한법의 경우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매우 많다. 22대 국회에서는 단순히 의원들의 입법실적을 늘리기 위해 조세특례제한법을 악용하는 사례는 없어지길 바란다.
'이슈&쟁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논란의 중심, '처분적 법률'이란? (0) | 2024.05.17 |
---|---|
[기고] '국회의장 중립론'의 중요성 (0) | 2024.05.16 |
[기고] '법안표절'은 악습인가? 미풍양속인가? (0) | 2024.05.07 |
[국회법 해설] 박지원은 김진표를 왜 "개xx"라고 했을까? (0) | 2024.05.03 |
국회의장은 왜, 언제부터 '무소속'이 되었나? (0) | 2024.05.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