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박주민)
친가냐 외가냐에 따라 경조사 휴가에 차별을 두는 사업주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한다는 법안이 발의되었다. 이 법안은 박주민 의원의 확고한 소신으로 보인다. 박주민은 법안을 발의하면서 보도자료를 통해 "20대, 21대에 이어 22대 국회에서 세 번째 발의하는 법안이다. (중략) 더 이상 미루지 않고 기업의 성차별적 상조복지제도를 반드시 개선하겠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소신이라는데, 여기에 옳으니 그르니 그런 말을 덧붙일 생각은 없다. 다만, 이 법안이 과거에 왜 폐기되었는지에 대해서는 간략히 살펴본다.
▶박주민, 경조사 차별 금지법안 핵심내용
박주민 의원 발의,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서 친가·외가를 기준으로 경조사에 차별을 두지 못하게 한 핵심 내용은 아래와 같다.
☞사업주는 (경조사 휴가의 경우) 사망한 사람의 성별이나 부계 또는 모계혈족임을 이유로 휴가기간을 다르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경조사 휴가의 신청을 받고 경조사 휴가를 주지 아니하거나, 사망한 사람의 성별이나 그가 부계 또는 모계혈족임을 이유로 휴가기간을 다르게 한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이 법안은 박주민 의원이 스스로 밝힌 것처럼 20대 국회와 21대 국회에서도 발의했던 법안이다. 세번째 도전인데, 내용은 동일하다. 이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20대 국회, 환노위 소위 회부 후 폐기
2018년 7월 31일 박주민 의원이 20대 국회에서 발의한 '친가·외가 경조사 차별 금지법'은 2018년 11월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되어 같은 날 법안심사 소위로 회부되었다. 그게 끝이다.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법안심사 소위에 안건으로 상정되어 '축조심사( 의안을 한 조항씩 낭독하면서 심사)'의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그런데 박주민 의원의 경조사 차별금지법안은 법안소위 안건으로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폐기되었다. 그냥 18개월 14일 동안 방치되다가 폐기된 셈이다.
▶21대 국회, 환노위 소위 1회 심사 후 폐기
21대 국회 개원 직후인 2020년 7월 24일에 발의한 친가·외가 경조사 차별 금지법 상황은 20대 보다는 좀 나아졌다. 21대에서는 그래도 법안심사 소위에 상정되어 한차례 논의라도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로 회의록을 보면 좀 어이가 없다. 환노위 전문위원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합니다.", 노용노동부 차관 "신중검토 의견입니다.", 소위 위원장 "여러가지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이게 박주민 의원의 법안에 대한 이날 회의의 전부다.
21대 국회의 박주민 의원 법안은 2020년 12월 3일 소위 논의 후 42개월 13일 동안 방치되다가 2024년 5월 29일, 21대 국회 임기만료와 함께 폐기되었다. 이 오랜 기간 동안 박주민 의원은 법안의 통과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을까?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처리를 못해 22대 국회 들어 3번째 발의를 한 것일까? 다른건 모르겠으나 최소한 국회 의안정보시스템과 회의록에서는 그런 노력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사유
박주민 의원의 법안이 21대 국회에서 큰 쟁점 없이 조용히 폐기된 이유는, 당시 이 법안에 대한 환노위 검토보고를 통해 추정해 볼 수 있다. 우선, ①「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 법령 상 규정되어 있는 휴가·휴일 제도 전반을 고려할 때, 경조사 휴가를 별도로 법제화 할 필요성이 있는가? 또한 바람직한가? ②모성보호와 여성고용 촉진을 목적으로 하는 이 법에서 (친가·외가 경조사 휴가를)규정하는 것이 적정한가? 이 두가지에 대해 박주민 의원의 법안은 소위 위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2013년에 국가인권위원회가 "기업들이 경조 휴가 및 경조비 지급 시 친가 외가를 달리 취급하는 관행을 개선" 하도록 의견표명 하면서도, 이 문제를 노사협의를 거쳐 자율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결정한 영향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은 '법'으로 평가받는다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은 법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여기서 '법'은 발의한 '법안'이 아니라, 통과시킨 '법률'을 의미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 국회에는 발의한 '법안'으로 의원을 평가하는 나쁜 관행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 그러다보니 국회의원 중에는 발의에만 최선을 다할 뿐 처리(통과)는 뒷전인 경우가 많다. 친가·외가 경조사 휴가 차별 금지법. 과연 22대 국회에서는 통과될 수 있을까? 이는 전적으로 발의한 국회의원의 책임과 노력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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