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21대국회 / 김용판)
지난 7월, 30대 남성이 120㎝의 일본도를 휘둘러 이웃 주민을 살해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이 남성은 정신과 치료 전력은 없지만, 평소에도 이상행동을 보였다고 한다. 약 1년 전인 2023년 6월, 70대 남성이 주차문제 시비 끝에 역시 일본도로 이웃을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총포·도검 등의 소지허가 및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다.
▶한동훈 대표, "총포·도검 법령 재정비해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일본도 살인사건을 계기로 도검의 소지허가 및 갱신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과 법령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문제는, 법령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국회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21대 국회에서 관련 법률개정안이 발의되어 상당부분 진행되었으나, 결국엔 폐기됐다. 왜일까?
▶허가받은 총포·도검은 얼마나?
우선, 소지 허가를 받은 총포나 도검의 양은 얼마나 될까? 생각보다 굉장히 많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6월 기준으로 총포는 약 11만건, 도검 등은 약 60만건이나 된다. 문제의 도검은 8만 2,780건이다.
▶총포·도검 등의 소지허가 갱신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은 총포·도검 등의 소지허가 및 갱신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총포의 경우 3년마다 갱신하도록 되어있고, 갱신할 때에는 정신질환이나 성격장애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제16조(총포 소지허가의 갱신)
① 제12조에 따라 총포의 소지허가를 받은 자는 허가를 받은 날부터 3년마다 이를 갱신하여야 한다.
② 제1항에 따라 총포 소지허가의 갱신을 받으려는 경우에는 신청인의 정신질환 또는 성격장애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서류를 허가관청에 제출하여야 한다.
③ 제1항에 따른 허가 갱신의 절차와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한다.
그런데 도검에 대해서는 이런 과정이 없다. 도검은 소지허가를 받을 때에도 정신질환이나 성격장애 여부를 자료로 면밀하게 확인하지 않는다. 그런데다가 총포와 같은 허가갱신 절차가 없기때문에, 도검의 소지는 한 번 허가를 받으면 영구적으로 허가를 받는 것이 된다.
▶김용판 전 의원, 도검 등 '소지허가 갱신' 법안 발의
지난 21대국회에서, 2023년 일본도 살인사건을 계기로 총포와 같이 도검의 소지자도 주기적으로 갱신허가를 받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이 발의되었는데, 2023년 8월 9일 김용판 의원이 발의한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다.
현행법 | 김용판 의원 개정안에 따른 최종 수정안 |
제16조(총포 소지허가의 갱신) ① 제12조에 따라 총포의 소지허가를 받은 자는 허가를 받은 날부터 3년마다 이를 갱신하여야 한다. ② 제1항에 따라 총포 소지허가의 갱신을 받으려는 경우에는 신청인의 정신질환 또는 성격장애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서류를 허가관청에 제출하여야 한다. |
제16조( 총포ㆍ도검ㆍ분사기ㆍ 전자충격기ㆍ석궁 소지허가의 갱신) ① 제12조에 따라 총포의 소지허가를 받은 자는 허가를 받은 날부터 3년마다 이를 갱신하여야 한다. ② 제12조에 따라 도검ㆍ분사기ㆍ전자충격기ㆍ석궁의 소지허가를 받은 자는 허가를 받은 날부터 5년마다 이를 갱신하여야 한다. ③ 제1항 및 제2항에 따라 총포ㆍ도검ㆍ분사기ㆍ 전자충격기ㆍ석궁 소지허가의 갱신을 받으려는 경우에는 신청인의 정신질환 또는 성격장애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서류를 허가관청에 제출하여야 한다. |
앞서 설명한 것처럼 김용판 의원의 개정안은 도검 등의 소지자에 대해서도 주기적 갱신허가를 통해 소지자의 정신질환 등을 점검하도록 하는 것이다. 갱신의 주기를 총포의 3년과 비교해 5년으로 했는데, 이는 총포보다 6배나 많은 도검 등의 수량을 감안한 현실적 판단으로 생각된다.
▶김용판 의원 법안의 상임위 처리경과
이 법안은 소관 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별다른 쟁점 없이 순조롭게 처리되었다.
김용판 의원의 법안은 송재호 의원의 법안(경찰청장으로 하여금 화약류 안전관리 계획을 수립하도록 함 등)과 함께 병합 심사하여 위원장 대안에 내용을 담고, 2023년 11월 23일에 대안반영폐기되었다.(상임위에서 의결되었다는 의미다.) 그 다음 절차는? 법사위다.
▶김용판 의원 법안의 법사위 처리경과
법사위에서도 무난하게 처리될 것으로 기대되었지만, 여기서 막혔다. 그래서 2024년 1월 8일 법사위를 마지막으로 이 법안은 더이상 논의되지 못하고, 21대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되었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본인은 좀 억울할지도 모르겠지만, 이 법안 처리를 반대한 의원은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이다. 우선 (2024년 1월 8일)회의록에 기록된 장동혁 의원의 발언을 보자.
보다시피 장동혁 의원은 법사위에서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계류 의견을 냈다. 처리에 반대한다는 말이다. 다만, 장동혁 의원이 도검 등의 소지허가 갱신에 반대한 것은 아니다. 이 법안에 포함된 다른 내용의 처벌규정에 이견이 있어 반대한 것인데, 아무튼 결과적으로 장동혁 의원의 계류 의견에 따라 도검 소지허가 갱신을 위한 이 법률 개정안의 처리는 최종 불발되었다.
▶정치는 정치고, 입법은 입법이다
도검 소지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려고 했던 이 법안은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이 발의했고, 이 법안 처리에 사실상 실권을 가진 행안위 법안심사 2소위 위원장은 김용판 의원 본인이었으며, 행안위에서 이 법안을 의결한 위원장은 민주당 김교흥 의원이었다. 그런데 법사위에서 이 법안처리에 반대한 의원은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이고, 최종적으로 이 법안을 처리하지 못한 법사위 위원장은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었다. 이 사안은 21대 국회에서 이미 상당한 심사와 관계부처 의견조율까지 거쳤으니, 지금이라도 속히 발의해서 처리하면 된다. 굳이 자꾸 정치화시킬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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