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 권한대행 거부권 논란
윤석열 직무정지 후 한덕수 권한대행의 법률안 거부권 행사 범위와 요건에 대해서 논란이다. 핵심 쟁점은 지난 11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6건의 법안이다. 국회 관련 법안 2건과, 농업 관련 법안 4건이다. 어떤 내용인지 다시 살펴본다.
▶대통령 재의요구 관련 헌법 규정
보통 대통령 거부권이라고 부르는데 법률적 용어는 '재의 요구권'이다. 헌법 제53조에서 규정하고 있다.
[헌법 제53조]
①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은 정부에 이송되어 15일 이내에 대통령이 공포한다.
②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에는 대통령은 제1항의 기간내에 이의서를 붙여 국회로 환부하고, 그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국회의 폐회 중에도 또한 같다.
③ 대통령은 법률안의 일부에 대하여 또는 법률안을 수정하여 재의를 요구할 수 없다.
④ 재의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국회는 재의에 붙이고,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전과 같은 의결을 하면 그 법률안은 법률로서 확정된다.
⑤ 대통령이 제1항의 기간 내에 공포나 재의의 요구를 하지 아니한 때에도 그 법률안은 법률로서 확정된다.
⑥ 대통령은 제4항과 제5항의 규정에 의하여 확정된 법률을 지체없이 공포하여야 한다. 제5항에 의하여 법률이 확정된 후 또는 제4항에 의한 확정법률이 정부에 이송된 후 5일 이내에 대통령이 공포하지 아니할 때에는 국회의장이 이를 공포한다
▣ 거부권 논란 6법
2024년 12월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의결되어 대통령은 직무가 정지되었고 한덕수 국무총리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되었다. 탄핵안 의결 전인 2024년 11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6건의 법률안에 대해 한덕수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 여부가 관심이다. 6건의 법률안은 국회 관련 「국회법」,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2건과, 「양곡법」 개정안 등 농업 관련 법안 4건이다.
▶국회 관련 2건
ⓛ 「국회법」 개정안
현행 국회법은 위원회가 예산안 및 세입예산안 부수 법률안 심사를 11월 30일까지 마치지 못한 경우 그 다음 날 바로 본회의에서 부의된 것으로 간주한다. 예산안 자동부의제라고 한다. 그런데 이 제도 도입 이후 심사기한 내에 예산안을 의결한 사례가 전무하고, 정부는 이 제도를 핑계로 국회의 예산안 심의과정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문제가 발생해 국회의 예산심사권이 약화되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국회법 개정 법률에서는 "예산안 등 본회의 자동부의제를 폐지하고, 위원회가 11월 30일 이후에도 예산안 등을 심사 중인 경우에는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합의하여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도록 하였다.
②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현행법에서는 안건심의나 청문회에 불출석한 증인에 대해서 동행명령을 할 수 없다. 또한 국회가 요구하는 자료에 대해 개인정보 또는 영업비밀 보호 등을 이유로 제출을 거부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함에 따라, 국회의 서류 제출 요구 및 증인 출석 요구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은 보통 '증감법'이라고 줄여 부른다. 주요 개정내용은 자료제출, 증인출석, 위증죄 등에 대한 규정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다. 핵심 내용은 아래와 같다.
- 동행명령 대상 증인의 범위를 ‘국정감사·국정조사’에서 ‘중요한 안건심사 및 청문회’까지 확대
- 개인정보 또는 영업비밀 보호 등을 이유로 서류 제출 요구 등에 대하여 거부할 수 없도록 명시
- 활동종료된 위원회의 위원이었던 의원 3분의 1 이상의 연서로 증인 등의 위증죄를 고발할 수 있도록 함
- 허위 보고 또는 서류 제출, 요구받은 서류의 파기·은닉, 보고 또는 서류 제출 방해, 송달 관련 정보 미제공에 대한 벌칙 신설
- 서류 제출 요구서를 전자시스템으로 송달할 수 있도록 하고, 증인 등이 질병 등의 사유로 허가를 받은 경우 원격출석할 수 있도록 함
[단독]암참, 이재명 만나 “증감법 시행땐 기업 극비정보 새나갈 것” 우려 전달
▶농업 관련 4건
① 「양곡관리법」 개정안
지속적인 쌀 가격 하락으로 농가 소득의 불안정이 심화되고 있다. 민주당은 쌀의 과잉생산을 방지하고 쌀의 적정한 가격을 유지하기 위한 사전적 수급조절 정책 및 사후적 손실보전 대책 등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양곡관리법」 개정을 통해 쌀의 과잉생산을 방지하고, 그럼에도 쌀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 농가의 손실을 보전함으로써 농가의 소득 불안정을 완화한다는 취지다. 그동안 정부는 이 법률 개정으로 인해 쌀 산업의 자생력을 해치고 국가재정의 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계속 반대해 왔다. 개정 법률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 쌀 수급 안정을 위한 사전적 수급조절 정책을 도입함
- 쌀 예상 생산량을 추정하여 쌀 공급량을 선제적으로 조절하기 위해 필요한 사업의 지원 근거 마련
- 양곡의 시장가격이 공정가격(기준가격) 미만으로 하락 시 생산자에게 차액의 일정비율을 지급하는 ‘양곡가격안정제도’ 도입
- 미곡의 가격이 급락·급등하는 위기상황 시 미곡 매입 및 정부관리양곡 판매 대책 수립·시행 의무화
②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 주요내용
- 농산물 가격이 기준가격 미만으로 하락 시 차액의 일정비율을 지급하는 농산물가격안정제도 도입
- 농산물의 계약 생산 또는 계약출하 과정에서 발생하는 생산자단체 등의 손실을 보전하는 근거를 마련
- 농산물의 가격 불안정에 따른 생산자 및 소비자 보호 대책을 마련
③ 「농어업재해대책법」 개정안 주요내용
- 농업재해의 범위에 이상고온과 지진을 포함
- 농림부장관, 해수부장관은 농어업재해대책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함
-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재해 이전까지 생산에 투입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최대한 보조하도록 하고, 이 법에 따른 보조 및 지원의 기준을 정함에 있어 실거래가 수준으로 함
④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 주요내용
- 농어업재해보험 발전 기본계획에 재해보험의 상품 개발에 관한 사항을 추가함
- 보험료율 산정 시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에 따른 할증 적용을 금지함(농업인에 대한 보험료 인상 억제)
▣ 권한대행 거부권 행사에 대한 양 당의 입장
▶민주당 입장
보도에 따르면 김민석 의원은 “권한대행에겐 인사권과 법률 거부권을 행사할 능동적 권한이 없다”는 입장이고, 전현희 최의원은 “권한대행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을 무시하고 입법 거부권과 인사권을 남용하는 것은 헌법 위반으로 또 다른 탄핵 사유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는 입장이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민주당이 표면적으로는 한덕수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에 반대하지만, 속으로는 거부해주기를 바랄 수도 있다는 재미있는 시각도 있다.
巨野 강행 처리한 '양곡법·국회증언법'…부메랑 되어 돌아온다
▶국민의힘 입장
정부의 법률안 재의요구권은 위헌적 법률과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될 법안의 시행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이상 6건의 법안은) 국가경제와 국가경제와 정부재정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고, 민주당이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법안이기 때문에 한덕수 권한대행이 재의요구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한다. 참고로,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된 후 고건 권한대행은 「거창 양민학살사건의 보상 특별법안」이 국가재정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또 「사면법」 개정안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각각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바 있다.
▣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시한
헌법에서 정한대로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이 정부로 이송된 후 15일 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현재 그 시한이 대략 12월 20일이다. 전례와 원칙만 가지고 본다면 권한대행은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고, 국회에서 재표결에 부치면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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