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주'를 견제하려면 법사위원장은 우리가!
정부여당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서 법사위원장은 야당이 해야한다. 다수당의 입법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원내 제2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는 것이 관례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측의 주장이다. 법사위원장 자리에는 야당이 맞을까? 제2당이 맞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정답은 없다.
▶'법사위'가 왜 독주를 견제하는 위원회가 되었나?
모든 법안은 법사위로 통한다. 현행 국회법은 상임위원회에서 법안 심사를 마치면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부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가 '다른 상임위에 대한 월권'이라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계속되어 왔다. 법사위원이 반대하면 소관위원회 심사가 종료된 법안도 법사위에 장기계류 되는 문제가 빈번히 발생했다. 법사위의 과도한 권한남용. 아이러니 하지만 그게 민주당이나 국민의힘 모두 법사위를 사수해야 하는 이유가 되었다.
체계·자구심사 외에도 법사위는 특검법이나 공직자의 탄핵소추 업무도 맡는다. 대통령 탄핵소추도 포함된다. 박근혜 탄핵 당시 권성동 의원이 탄핵소추위 위원장을 맡았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법사위원장'이 중요한 이유는?
쉽게 말해서 국회 상임위원회는 '위원장' 중심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법사위는 물론 다른 상임위도 다 마찬가지다. 「국회법」 제49조는 위원장이 위원회를 대표하고, 위원회의 의사일정과 개회일시를 간사와 협의하여 정하게 하고 있다. 위원회를 대표하는 권한으로는 대략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전문위원의 검토보고 등에 필요한 자료를 정부‧행정기관 등에 요청할 경우 이에 대한 허가 및 요구서 발부
∨ 위원회 제출 의안의 제출자
∨ 간사 협의로 안건조정위원회 조정위원 선임, 간사 합의로 조정위원회 활동기한 조정
∨ 회부안건에 대한 심사보고서 제출, 안건의 심사경과 및 결과에 대한 본회의 보고
∨ 국무총리‧국무위원 또는 정부위원의 출석요구
∨ 증인‧감정인 또는 참고인의 출석요구서 발부
▶그동안 법사위원장은 누가 했나?
제15대 국회부터 21대 국회까지 7대 임기 동안, 1996년부터 2024년까지 28년 동안 총 18명의 법사위원장이 거쳐갔다.
①법사위원장을 여당이 했을까? 야당이 했을까?
구분 | 여당 | 야당 |
횟수 | 6회 | 12회 |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차지한 사례가 많지만 그렇다고 야당만 한 건 아니다. 여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은 경우도 6번이나 있다. 현재도 여당 김도읍 의원이 법사위원장이다.
②법사위원장은 원내 제2당이 하는게 관례였을까?
구분 | 원내 제1당 | 원내 제2당 |
횟수 | 8회 | 10회 |
원내 제2당의 법사위원장 사례가 제1당보다 2번 많았다. 숫자로만 보면 관례라고 하기는 좀 어렵다.
③여·야 / 1·2당을 혼합해서 보면 어떨까?
구분 | 원내 제1당 | 원내 제2당 |
야당 | 4회 | 8회 |
여당 | 4회 | 2회 |
22대 국회의 민주당처럼 야당/원내 제1당이 법사위원장을 차지한 사례는 4회, 국민의힘처럼 여당/원내 제2당이 맡은 사례는 2회다. 단순 횟수로만 보면 민주당의 주장이 조금 유리해 보인다.
④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은 항상 당적을 달리 했을까?
그렇지도 않다. 15대 국회 전반기, 16대 국회 후반기에는 국민의힘 계열인 신한국당·한나라당에서 의장과 법사위원장을 함께 맡았다. 반대로 21대 국회 전반기에는 민주당에서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동시에 차지했다. 이것도 엄격하게 정해진 룰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합의가 안되면 법사위원장은 '힘쎈 자'의 몫이다
이상 살펴본 것처럼, 법사위원장을 누가 해야 하는가의 문제는 진영논리나 관례로는 풀기 어려운 퍼즐이다. 결국 타협하고 합의해야 할 문제다. 타협이 안되면 21대 국회 전반기처럼 민주당이 18개 위원회 위원장을 독점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여야의 공통된 문제인식에 따라 1년 2개월만에 위원장을 재배분하는 시행착오를 이미 겪은 바 있다. 그러고도 다시 정상적인지 않은 모양으로 22대 국회를 출범시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문제는 법사위의 과도한 '권한남용'에 있다
'법사위원장을 누가 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법사위의 과도한 권한남용을 어떻게 해체할 것인가?'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된 법사위의 과도한 힘을 빼버리는 것이다.
물론 그동안 법사위의 권한남용을 제한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본회의 직접부의 요구'다. 이는 상임위에서 의결한 법률안에 대해 법사위가 이유 없이 60일 이내에 체계·자구 심사를 마치지 않을 경우, 상임위가 3/5이상의 의결로 본회의에 직접 부의를 요구할 수 있는 제도다.(「국회법」제86조제3항)
☞본회의 직접부의 요구 최초 적용 사례_「세무사법 일부개정법률안」
- “변호사의 세무사 자격 자동취득 규정을 삭제”하는 「세무사법 개정안」 기재위 의결(2016. 11. 30.)
- 2017년 11월까지 법사위 체계·자구심사 미완료, 기재위원장이 간사 합의로 본회의 부의 요구(2017. 11. 17.)
- 정세균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대표와 합의하여 본회의 부의·의결(2017. 12. 8.)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사위의 월권은 여전히 시정되지 않고 있다. 2024년 5.24일 현재, 상임위에서 의결되었지만 법사위에서 계류되고 있는 법안(타위법)이 115건이다. 작년 12월 기준으로는 444건이 법사위에서 발이 묶여 있기도 했다. 시정이나 보완이 아닌 근본적인 처방을 검토해 볼 필요도 있다.
김진표 의장이 제안한 것처럼 법사위를 법제위원회와 사법위원회로 분리하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체계·자구심사에 관한 사항은 '법제위원회'에서, 법무부·법원·헌법재판소 등 법제사법과 관련한 고유의 소관 업무는 '사법위원회'에서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다. 어쩌면 법사위의 권한남용 해체가 법사위원장 자리다툼의 출구가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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