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유관광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안(배현진, 김윤덕)
결국 국회에서 "절도입법" 논란이 벌어졌다. 김윤덕 의원이 발의한 「치유관광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 배현진 의원이 "내 법안을 그대로 베껴 발의했다."고 주장했다. 김윤덕 의원은 "중대결함 고친 입법활동"이라고 반박했다. 법안표절과 청부입법 문제는 언제 터져도 터질 문제였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법안표절 논란을 방지할 수 있는 합리적 개선책이 나오면 좋겠다. 할 수 있는 일이다.
▶"절도 입법" 논란은 왜 나왔나?
배현진 의원은 2024년 6월 14일에 「치유관광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원래 21대 국회에서 발의했던 것인데, 임기만료로 폐기된 것을 22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한 것이다. 약 2개월 후 김윤덕 의원도 같은 제목과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에, 배현진 의원은 김윤덕 의원이 자기 법안을 카피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김윤덕 의원이 8월달에 발의한 법안에 대해 왜 이제와서 문제제기를 하는지는 좀 의아하지만, 아무튼 배현진 의원이 "절도입법"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김윤덕(안)이 자기법안과 99.9% 동일하다는 것이다. 배현진 의원 보도자료에 따르면 두 법안의 차이는 아래와 같다.
치유관광산업 육성법안 | 배현진 법안(6.14일) | 김윤덕 법안(8.26일) |
제2조(정의) | 1. “치유관광”이란 치유관광자원을 활용하여 건강의 회복과 증진을 추구하는 관광활동을 말한다. 2. “치유관광자원”이란 경관, 온천, 음식 등 치관광에 활용될 수 있는 유형 또는 무형의 자원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원을 말한다. |
1. “치유관광”이란 치유관광자원을 활용하여 건강의 회복과 증진을 추구하는 관광활동을 말한다. 2. “치유관광자원”이란 경관, 온천, 음식, 맨발걷기 등 치유관광에 활용될 수 있는 유형 또는 무형의 자원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원을 말한다. |
제20조(치유관광산업지구 지정 등) | ①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치유관광산업을 육성하기 위하여 시 · 도지사(특별자치도지사는 제외한다. 이하 이 조, 제21조 및 제22조에서 같다)의 신청에 의하여 치유관광산업지구를 지정할 수 있다. | 제20조(치유관광산업지구 지정 등) ①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치유관광산업을 육성하기 위하여 시 · 도지사의 신청에 의하여 치유관광산업지구를 지정할 수 있다. |
김윤덕(안)은 치유관광자원의 정의에 '맨발걷기'를 추가했고, 배현진(안)에서 특별자치도를 치유관광 산업지구로 지정할 수 없도록 한 단서조항을 김윤덕(안)에서 삭제했다. 쉽게 말하면 왜 강원·전북 특별자치도는 치유관광산업지구 지정을 못하게 하냐? 차별이다. 강원·전북도 할수 있도록 하자! 그런거다. 이에 대해 김윤덕 의원은 중대결함을 고친 입법활동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이게 입법 절도라고 표현한다면 100번이고 입법절도 하겠습니다." 이렇게까지 이야기 한다. 관련 기사 참고.
‘절도입법’ 논란… 배현진 “김윤덕, 내 법안 99.9% 카피”
▶치유관광 산업지구에 강원, 전북은 왜 뺐을까?
치유관광 산업지구 지정 대상에 강원도, 전라북도가 빠진 것은 실수가 아닐까 짐작된다.(개인적 생각이다.) 이 법안이 최초 발의된 때는 21대국회인 2023년 3월 13일이다. 원래 제주특별자치도는 이 법안의 대상에서 빼려고 한게 맞는것 같은데, 강원도와 전북도는 이 때 특별자치도가 아니었다.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은 2023.6.11일 부로 시행되었고, 「전북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은 2024.1.18일 부로 시행되었다. 배현진 의원이 21대 폐기법안을 재발의 하면서 서 이런 바뀐 상황을 고려하여 법안에 반영해야 했는데, 그냥 똑같이 재발의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생긴 것 같다. 어디까지나 추정이다. 사실 정확한 내용은 문체부가 알고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법안은 사실상 문체부의 '청부법안'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보다시피 문체부는 2023년 3월 5일에 치유관광산업 육성법 제정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문체부 보도자료 형식으로 발표했고, 그 후 약 1주일 뒤인 3월 13일에 배현진 의원이 이 법안을 발의했다. 청부입법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청부입법 제조기" 논란
이번 사안에 대해 김윤덕 의원이 보도자료를 내며 배현진 의원을 '청부입법 제조기'라고 지칭했다. 배현진 의원이 지난 21대 국회에서 문화재를 국가유산으로 변경하는 10여건의 청부입법을 마치 본인이 법안을 성안한 것처럼 홍보했다는 이유에서다.
▣ 배현진, 김윤덕 누구 말이 맞을까?
누구 말이 맞을까?
▶배현진, "입법절도다."
제정법안에서 극히 일부분의 내용만 변경하여 추가로 법안을 발의하는 것은 '법안 카피', '표절 법안', '절도 입법' 등 뭐라 불러도 틀린말이 아니다. 본 <입법평론>에서 문제사례로 지적하는 가장 많은 이유가 사실 이 문제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런 행위가 불법은 아니다. 배현진 의원 주장처럼 이런 법안표절을 '절도'라고 하면 국회의원 중 '절도범'으로 지목될 사람이 족히 수십명은 넘을 것이다. '간첩죄' 적용을 적국에서 외국으로 확대하는 「형법」 개정안은 현재 수십 명이 발의한 상태다. 내용은 대개 유사하다. 담배의 정의를 새롭게 하는 「담배사업법」 개정안도 표현만 살짝살짝 바꿔가며 법안이 계속 발의되고 있다. 배현진 의원 주장대로라면 모두 '절도범'에 해당될 수 있다.
▶김윤덕, "정상적 입법활동이다."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틀린말은 아니다. 전북 지역구 의원으로서 전라북도가 치유관광 산업지구로 지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은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굳이 법안을 발의해야 하나? 그런건 아니다. 왜냐하면 김윤덕 의원은 이 법안의 소관 위원회인 문체위 위원이기 때문이다. 위원회 심의를 통해 배현진(안)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수정 또는 보완을 요구하여 관철시킬 수 있다. 현재 문체위 위원장도 민주당 전재수 의원이고, 민주당 위원이 9명, 국민의힘 의원이 6명, 조국현신당 1명이다. 김윤덕 의원이 민주당 의원들만 잘 설득해도 이 법안은 수정가결이 가능하다. 그런데 굳이 왜 법안을 발의했을까?
아마도 의정활동 홍보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법안 발의 및 처리 건수를 쉽게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본인 말처럼 정상적 입법활동이긴 한데, 바람직한 입법활동은 아니라고 본다.
▣ 「국회법」을 바꾸자!
김윤덕 의원처럼 소관 상임위 법안에 대해서는 굳이 법안을 추가로 발의하지 않아도 위원회 심의과정에서 얼마든지 다른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문제는 본인 위원회 소관 법안이 아닌 경우다. 다른 의원이 발의한 법안(타 위원회 소관)에 대해 다른 생각이나 보완 의견이 있다면, 법안을 다시 발의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을까?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국회법 제61조 (위원이 아닌 의원의 발언청취)> 규정에 따라 자기 위원회가 아니더라도 의견진술이 가능하다.그러나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다. 내 위원회가 아닌 다른 위원회에 출석해서 발언하는 것이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
▶「국회법」을 고치면 가능하다
국회법을 개정하여 위원이 아닌 의원이 이미 발의된 법안에 대해 서면으로 의견제출을 할 수 있게하고, 해당 내용을 위원회 심의 시 함께 논의하게 한다면, 수많은 유사·중복 법안이 발의되는 낭비를 충분히 막을 수 있다. 배현진 의원이 법안 표절 근절방안을 마련해 보겠다고 하던데...참고하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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