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다'는 말은 잘게 나눈다는 의미다. 정치권에서 등장하는 '쪼개기'의 대표적인 경우가 쪼개기 후원금이다. 1인당 후원금 법정 한도액을 초과하는 후원을 하거나, 아니면 고액 후원의 흔적을 감추고 싶을 때 여러 사람이 소액으로 나누어 후원하는 방식이다. 일상 생활에서는 '쪼개기 계약'이라는 말을 종종 사용한다. 보통 공공사업을 계약할 때, 특정업체와 수의계약을 하기 위해 총사업비를 나누어 발주하는 방식이다. 국회의원이 법률안을 발의할 때도 '쪼개기'가 자주 등장한다. 왜 굳이 이런 수고를 할까?
서영교 의원은 22대국회 개원 후 6월 5일부터 일주일 사이에 소득세법 개정안 4건을 대표발의했다. 4건의 개정안 주요 내용을 보면 아래와 같다.
발의 일자 | 개정 조항 | 주요 내용 |
6월 5일 | 제59조(근로소득세액공제) | ▷ 근로소득에 대한 종합소득산출세액 공제액 구간 기준을 현행 13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상향 ▷ 총급여액에 따른 공제금액을 현행 [20만원∼74만원]에서 [20만원∼100만원]으로 상향 |
6월 7일 | 제59조의4(특별세액공제) | ▷ 특별 세액공제 대상에 예능학원(음악, 미술 또는 무용) 및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체육시설에 지급한 교육비 신설 |
6월 10일 | 제59조의4(특별세액공제) | ▷ 근로소득자와 그 배우자(배우자는 일정 소득 이하일 경우로 한정)에게 체육시설 이용료에 대한 세제혜택 부여 |
6월 11일 | 제50조(기본공제) | ▷ 현행 종합소득세 기본공제액 150만원을 200만원으로 상향 |
▶법안 쪼개기 목적은 '발의 건수' 늘리기
원칙적으로 이상 4건의 개정안은 1건의 소득세법 개정안으로 발의가 가능하다. 그런데 굳이 4건으로 쪼개어 발의한 이유는 법안발의 및 처리 건수 실적을 쌓기 위함이다.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다. 혹시라도 쪼개기 발의가 아니라, 법안이 준비된 순서에 따라 순차적으로 발의한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런데 건수를 늘리기 위한 쪼개기 발의임을 좀 더 확실히 뒷받침 하는 정황은 이 법안에 공동발의자로 참여한 의원 명단이다.
서영교 의원 소득세법 개정안 4건 중 3건의 공동발의 의원이 모두 동일하다. 공동발의 의원은 강유정, 권칠승, 박홍배, 박희승, 안호영, 윤준병, 이연희, 이해식, 허영 의원(이상, 민주당)과 김종민 의원(새로운미래)이다. 나머지 1건도 윤준병 의원만 빠졌을 뿐 동일한 명단이다. 사실상 4건의 공동발의 의원이 똑같다는 것이고, 이는 법안 4건을 미리 준비해서 한꺼번에 공동발의 서명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쪼개기 법안 발의는 국회법에 따른 법률안 발의 절차 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만, 이는 법률안 발의 건수로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을 평가하는 잘못된 문화에 부화뇌동 하는 것으로, 국회의원 스스로 이런 행위를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21대국회 서영교 의원 법안처리 현황
서영교 의원의 21대국회 입법 실적을 보면, 발의 170건에 처리 94건으로 처리율은 55.3%에 이른다. 처리 건수로 보면 윤준병 의원의 96건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그러나 윤준병 의원의 법안 철회 건수를 고려하면, 실제로는 서영교 의원이 21대국회 법안처리 건수가 가장 많은 의원이다.
만약, 국회의원들의 법안 발의 및 처리 건수가 이런 방식의 쪼개기 등이 동원된 결과라면, 그 숫자는 정말 공허하기 그지없는 거품에 불과하다. 부디 22대 국회에서는 입법실적 건수 늘리기 경쟁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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