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리사법」 개정안(김정호)
17대 국회부터 21대까지 5번 도전해서 5번 실패한 법안이 있다. 17대라고 하면 감이 잘 안올텐데, 2006년 11월 6일에 최철국 의원이 발의한 변리사법 개정안이 출발점이었다. 17대, 18대에서는 소관 상임위인 산업자원위원회를 통과했으나,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해 폐기되었다.
19대에서는 이원욱 의원이, 20대에서는 주광덕 의원이 각각 발의했는데 이 때는 상임위에서조차 의결되지 못하고 폐기되었다. 5번째 도전이었던 21대에서는 2020년 11월 6일, 이규민 의원이 발의해서 상임위까지는 통과했지만, 역시나 법사위에서 발목이 잡혀 폐기되었다. 도대체 무슨 법이길래, 이리도 통과되기가 어려운 것인가?
▶도대체 변리사법 개정안이 뭐길래,
5전 5패를 기록중인 변리사법 개정안은, 특허침해소송에서 이 분야 전문가인 변리사가 변호사와 공동으로 소송대리를 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매우 당연해 보이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우선, 현행 <변리사법 제8조>에는 변리사가 특허 등에 관한 사항의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고 되어있다. 그런데 뭐가 문제?
제8조(소송대리인이 될 자격) 변리사는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사항의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변리사법 제8조의 소송대리인 자격이 민사소송은 해당이 안되고 심결취소 소송에만 한정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2010헌마740, 2012.8.23) 특허 등 소송은 등록된 특허 등 권리의 무효나 취소 여부를 다투는 '심결취소 소송'(행정소송)과 특허 등 권리의 침해금지, 손해배상 등과 관련된 ‘특허등침해소송’(민사소송)으로 나뉘는데, 변리사는 민사소송절차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기 때문에 심결취소소송에 한정하여 소송대리를 인정한다는 취지다.
정리하면, 변리사법 조문에는 변리사가 특허 등에 관한 소송대리인 자격이 있으나, 법률의 해석 상 이 자격은 심결취소소송에만 해당되고 민사소송 대리 자격은 없다는 것이다. 결국 특허와 관련된 민사소송 대리는 변호사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변리사법 개정안은 특허침해소송의 원활한 진행과 당사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변리사가 특허침해소송에서 변호사와 공동으로 소송대리를 할 수 있도록 법률에 명확하게 규정하려는 것이다. 어떻게 고치면 될까? 21대 국회에서 산자위를 통과한 안을 보면 아래와 같다. 22대 국회의 김정호(안)도 이와 동일하다.
현행법 | 21대 산자위 의결(안) & 22대 김정호(안) |
제8조(소송대리인이 될 자격) 변리사는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사항의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 | 제8조(소송대리인이 될 자격) ① 변리사는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사항의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 |
<신설> |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변리사는 특허권, 실용신안권, 디자인권 또는 상표권의 침해에 관한 민사소송에 대해서는 변호사가 같은 의뢰인으로부터 수임하고 있는 사건에 한하여 그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 |
<신설> | ③ 제2항에 따라 소송대리인이 된 변리사가 재판기일에 출석하는 경우에는 변호사와 함께 출석하여야 한다. |
<신설> | ④제2항에 따라 소송대리인이 되려는 변리사는 소송실무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교육을 이수하여야 한다. |
▶변호사는, 변리사법 개정에 반대한다
당연한 이야긴데 변호사는 변리사 공동대리 법안에 반대한다. 법률전문가인 변호사가 소송을 대리해야 한다는 변호사 소송대리 원칙(민사소송법 제87조)에 반하는 것이며, 위헌 소지가 있다는 논리다. 특허침해 소송도 소송 대상이 특허라는 점 외에는 일반 민사소송과 다를 바가 없기때문에, 법률 전문성이 부족한 변리사에게 소송대리권을 주면 국민에게 피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공동대리제도로 소송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고 겁을 주기도 한다. 실제로 21대국회 법사위에서 전주혜, 박형수 등 변호사 출신 의원들은 "변호사법이 형해화 될 수 있다.", "국민에게 혼동을 준다."는 이유로 이 법안의 처리에 반대했다.
▶외국 사례는 어떨까?
사실 이런 문제는 외국 사례를 보는게 합리적이다. 지식재산권이나 특허에 대한 소송은 글로벌화되고 있다. 특히 기업의 특허분쟁은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국내의 특허소송 제도도 글로벌 트렌드에 맞추어 갈 필요가 있다. 해외 주요국은 변호사 공동대리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
위 표에 대한 특별한 설명은 필요없어 보인다. 우리나라 변호사들의 '온갖 반대 논리'와는 달리 해외 주요국들은 변리사의 소송대리를 적극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국민의 이익'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지적재산권 분쟁을 겪은 국내기업 10곳 중 9곳이 중소·벤처기업이며, 그러한 중소·벤처기업의 약 80%가 특허분쟁에서의 최대 애로사항이 변리사를 침해소송 대리인으로 선임할 수 없는 문제였다고 한다. 거의 20여년 동안 과학·기술계, 산업계에서는 법률 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변호사·변리사 공동대리를 지속적으로 호소하고 있다. 이제 국회가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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