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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변리사법 개정, 5전6기는 성공할 것인가?

by 레몬컴퍼니 2024. 8. 13.

▣ 「변리사법」 개정안(김정호)

17대 국회부터 21대까지 5번 도전해서 5번 실패한 법안이 있다. 17대라고 하면 감이 잘 안올텐데, 2006년 11월 6일에 최철국 의원이 발의한 변리사법 개정안이 출발점이었다. 17대, 18대에서는 소관 상임위인 산업자원위원회를 통과했으나,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해 폐기되었다. 

17대국회_변리사법 개정안_최철국 의원

19대에서는 이원욱 의원이, 20대에서는 주광덕 의원이 각각 발의했는데 이 때는 상임위에서조차 의결되지 못하고 폐기되었다. 5번째 도전이었던 21대에서는 2020년 11월 6일, 이규민 의원이 발의해서 상임위까지는 통과했지만, 역시나 법사위에서 발목이 잡혀 폐기되었다. 도대체 무슨 법이길래, 이리도 통과되기가 어려운 것인가?

▶도대체 변리사법 개정안이 뭐길래,

5전 5패를 기록중인 변리사법 개정안은, 특허침해소송에서 이 분야 전문가인 변리사가 변호사와 공동으로 소송대리를 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매우 당연해 보이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우선, 현행 <변리사법 제8조>에는 변리사가 특허 등에 관한 사항의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고 되어있다. 그런데 뭐가 문제?

제8조(소송대리인이 될 자격) 변리사는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사항의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변리사법 제8조의 소송대리인 자격이 민사소송은 해당이 안되고 심결취소 소송에만 한정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2010헌마740, 2012.8.23) 특허 등 소송은 등록된 특허 등 권리의 무효나 취소 여부를 다투는 '심결취소 소송'(행정소송)과 특허 등 권리의 침해금지, 손해배상 등과 관련된 ‘특허등침해소송’(민사소송)으로 나뉘는데, 변리사는 민사소송절차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기 때문에 심결취소소송에 한정하여 소송대리를 인정한다는 취지다.

특허침해소송과 심결취소소송의 비교

정리하면, 변리사법 조문에는 변리사가 특허 등에 관한 소송대리인 자격이 있으나, 법률의 해석 상 이 자격은 심결취소소송에만 해당되고 민사소송 대리 자격은 없다는 것이다. 결국 특허와 관련된 민사소송 대리는 변호사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김정호 의원 프로필_출처: 대한민국국회 홈페이지

이에 변리사법 개정안은 특허침해소송의 원활한 진행과 당사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변리사가 특허침해소송에서 변호사와 공동으로 소송대리를 할 수 있도록 법률에 명확하게 규정하려는 것이다. 어떻게 고치면 될까? 21대 국회에서 산자위를 통과한 안을 보면 아래와 같다. 22대 국회의 김정호(안)도 이와 동일하다.

현행법 21대 산자위 의결(안) & 22대 김정호(안)
제8조(소송대리인이 될 자격) 변리사는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사항의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 제8조(소송대리인이 될 자격) ① 변리사는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사항의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
<신설>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변리사는 특허권, 실용신안권, 디자인권 또는 상표권의 침해에 관한 민사소송에 대해서는 변호사가 같은 의뢰인으로부터 수임하고 있는 사건에 한하여 그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
<신설> ③ 제2항에 따라 소송대리인이 된 변리사가 재판기일에 출석하는 경우에는 변호사와 함께 출석하여야 한다.
<신설> ④제2항에 따라 소송대리인이 되려는 변리사는 소송실무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교육을 이수하여야 한다.

▶변호사는, 변리사법 개정에 반대한다

당연한 이야긴데 변호사는 변리사 공동대리 법안에 반대한다. 법률전문가인 변호사가 소송을 대리해야 한다는 변호사 소송대리 원칙(민사소송법 제87조)에 반하는 것이며, 위헌 소지가 있다는 논리다. 특허침해 소송도 소송 대상이 특허라는 점 외에는 일반 민사소송과 다를 바가 없기때문에, 법률 전문성이 부족한 변리사에게 소송대리권을 주면 국민에게 피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공동대리제도로 소송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고 겁을 주기도 한다. 실제로 21대국회 법사위에서 전주혜, 박형수 등 변호사 출신 의원들은 "변호사법이 형해화 될 수 있다." "국민에게 혼동을 준다."는 이유로 이 법안의 처리에 반대했다.

변리사법 개정안_5전6기

▶외국 사례는 어떨까?

사실 이런 문제는 외국 사례를 보는게 합리적이다. 지식재산권이나 특허에 대한 소송은 글로벌화되고 있다. 특히 기업의 특허분쟁은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국내의 특허소송 제도도 글로벌 트렌드에 맞추어 갈 필요가 있다. 해외 주요국은 변호사 공동대리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

주요국 변리사 특허소송 공동대리 현황

 

위 표에 대한 특별한 설명은 필요없어 보인다. 우리나라 변호사들의 '온갖 반대 논리'와는 달리 해외 주요국들은 변리사의 소송대리를 적극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국민의 이익'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지적재산권 분쟁을 겪은 국내기업 10곳 중 9곳이 중소·벤처기업이며, 그러한 중소·벤처기업의 약 80%가 특허분쟁에서의 최대 애로사항이 변리사를 침해소송 대리인으로 선임할 수 없는 문제였다고 한다. 거의 20여년 동안 과학·기술계, 산업계에서는 법률 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변호사·변리사 공동대리를 지속적으로 호소하고 있다. 이제 국회가 답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