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입법평론에서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몇차례 다뤘다. 쟁점은 아주 간단하다. 현재 합성니코틴을 원료로 한 액상형 전자담배는 법적으로 담배가 아니다. 세금도, 규제도 없다. 그래서 합성니코틴도 법적으로 담배에 포함시켜 과세도 하고 규제도 하자는게 '담배사업법 개정안'이다. 특히 청소년 흡연예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게 다수 의원의 입장이다. 복지부, 기재부도 반대하지 않는다.
담배사업법 공청회, 언제 열리나?
▣ 「담배사업법」 개정안「담배사업법」 개정을 위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이하 기재위) 공청회가 오는 12월 27일(금) 오전 9시 30분에 열릴 예정이다. 다시 한번 정리하면, 합성니코틴 액상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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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취지의 담배사업법 개정안은 무려 8명의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날짜순으로 보면 박성훈(2024-7-15), 김태년(8-1), 김선민(8-5), 남인순(8-16), 한지아(8-16), 전진숙(10-10), 송언석(10-30), 조은희(11-13) 의원이 발의했다. 민주당 3명, 국민의힘 4명, 조국혁신당 1명이다. 여야간 갈등 사안도 아니다. 심지어 이 법의 소관 위원회인 기재위원회 송언석 위원장도 대표발의자다.
대표발의 의원 외에 이 법에 찬성하여 공동발의자로 참여한 의원은 국민의힘 28명, 민주당 26명, 조국혁신당 7명으로 총 61명이다. 결국 300명 국회의원 중 23%인 69명의 의원이 합성니코틴 규제에 동의한 셈이다. 22대 국회에서 오늘까지 발의된 7,935건의 법안 중 이렇게 여야 의원이 대거 동참한 법안이 있을까? 없다.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유일하다. 이 정도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게 당연하다.
구분 | 담배사업법 개정안 공동발의 의원(가나다순) |
국민의힘 (28명) |
1강선영 2고동진 3구자근 4김건 5김기현 6김대식 7김상훈 8김성원 9김소희 10김정재 11박수영 12박정하 13박준태 14박충권 15백종헌 16서일준 17서지영 18안상훈 19이상휘 20이성권 21이양수 22이인선 23이종욱 24이헌승 25임이자 26정연욱 27조배숙 28최수진 |
민주당 (26명) |
1권칠승 2김남희 3김원이 4김윤 5김윤덕 6김정호 7민병덕 8박균택 9서영교 10염태영 11윤종군 12윤후덕 13이기헌 14이병진 15이용우 16이재강 17이학영 18임광현 19장종태 20정성호 21정준호 22조계원 23조인철 24진선미 25최기상 26허성무 |
조국혁신당 (7명) |
1강경숙 2김준형 3박은정 4서왕진 5신장식 6이해민 7조국 |
법안 심의를 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이 법안은 2024년 11월 13일에 기재위 전체회의에 상정되어 법안심사 소위로 넘어갔다. 소위에서도 벌써 3번이나 논의했다.
「국회법」상 제정법은 공청회나 청문회를 의무적으로 거치도록 하고 있다. 이 담배사업법 개정안처럼 '일부개정 법률안'의 경우 공청회 등은 안해도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성니코틴 판매업자의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는 이유로 공청회까지 열었다. 공청회를 앞두고 어처구니 없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액상담배 규제’ 국회공청회에 ‘백억대 체납전력’ 담배사업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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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사업법 개정 논의에 앞서 열리는 국회 공청회에 백억대 세금체납 전력을 지닌 담배사업자가 진술인으로 참석하기로 했다가 취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26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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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어찌된 일인지 아직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법안소위인 기재위 경제재정소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소위 통과가 안되면 이후 상임위 전체회의, 법사위, 본회의 절차로 넘어갈 수가 없다.
2025년 2월 18일에 열린 마지막 소위는 사실 「담배사업법」 개정안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소위였다. 이는 법안처리를 위해 여야간 어느정도 합의를 이루었다는 시그널이다. 그런데도 처리를 하지 못했다. 명목적인 이유는 기재부가 사전 합의되지 않은 이슈를 추가로 제기했다는 것인데, 회의록을 자세히 보면 핑계에 불과하다. 실제로 처리되지 못한 이유는 이 법의 개정으로 인해 합성니코틴 판매업자에게 어떠한 피해가 가서도 안된다는 이유였다. 소위 위원장인 정태호 의원은 "한 사람이라도 억울한 피해자가 나와서는 안된다"는 표현까지 썼다.
상당한 투자를 한 영세 자영업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니, 그것도 국회의원의 역할이다. 그런데 문제는 상대가 '담배'라는 것이다. 특히 청소년의 무분별한 흡연 문제다. 국민의 건강권을 앞에 두고 판매업자의 피해때문에 못한다는 것은 뭔가 균형이 맞지 않는다. 이 법안이 합성니코틴 판매를 금지하는 것도 아니다. 사실상 담배니까 일반 담배처럼 세금을 내고 팔라는 것이다. 누가봐도 담배니까 담배로 규제하자는 것이다. 합성니코틴 판매업자의 예상 피해에 대한 대책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이 법이 시행되더라도 기존 판매업자가 법개정과 무관하게 영업할 수 있도록 2년의 유예기간을 두었다. 공익을 위한 법률개정에서 충분한 사적피해 보호가 어려운게, 과도한 보호대책은 법개정의 취지를 무력화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적법하게 영업하는 13만 담배소매인들의 정당한 권리를 침범할 수도 있다. 이런 갈등을 조정해 내는게 정치 아닌가? 안된다고 윽박지르기만 하면 어쩌자는 것인가?
국회의원들이 크게 착각하는 것이 하나 있다.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은 의원들이 심의해서 의원들이 의결하는 것이다. 정부가 결정하는게 아니다. 심의·의결 과정에서 정부측 의견을 듣지만, 그것은 그냥 참고일 뿐이다. 황당한게, 이 「담배사업법」 개정안은 정부가 제출한 것도 아니다. 모두 국회의원이 발의한 것이다.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의원들이 협의해서 대안을 만들어 처리하면 된다. 더구나 정부도 찬성한다는 입장아닌가? 그런데 마지막 법안소위를 보면 이 법안 통과가 안되는 이유를 기재부에 떠넘기고 있다. '법은 국회의원이 만드는 것'이라는 기본적인 개념이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우리 국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낸 사례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이 법안을 대표발의한 8명의 의원들이다. 자신이 발의한 법안이 지금 이런 지경에 처해 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모르겠다. 모르고 있다면 대단히 무책임한 것이고, 알고 있다면 당연히 정당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자신이 발의한 법안에 대해 처리될 때까지 책임성을 가져야 한다. 그냥 발의만 하고 '나 몰라라' 하는 관행 또한 우리 국회의 부끄러운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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