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발의된 법안 가운데 미스테리한 법안 중 하나가 국민투표법 개정안이다. 2014년에 헌재가 국민투표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 현행법은 작동불능상태다. 헌법에서 정한 국민투표를 하려고 해도 할 수 없는 상태라는 뜻이다. 위헌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그간 수많은 국민투표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여태 처리를 못하고 있다. 무슨 특별한 쟁점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미뤄온 것이다. 최근 개헌 논란과 함께 국민투표법 문제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투표법의 문제점과 현황을 살펴본다.(이 글은 국회 행안위 검토보고서를 참고하여 재구성했다)
▣ 헌법상 '국민투표'의 근거
국민투표는 제2차 개정헌법(1954년)에서 최초로 도입되었다. 국민투표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중요정책에 관한 국민투표'고 또 하나는 '개헌에 관한 국민투표'다.
- 헌법 제72조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
- 헌법 제130조 "헌법개정안은 국회가 의결한 후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붙여 국회의원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 국민투표법 제정
1962년에 제정됐다. 국민투표법에서는 국민투표의 절차 등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 국민투표 시행
국민투표법에 따라 시행된 국민투표는 지금까지 총 6번이다. 5번은 개헌을 위한 투표였고, 1번은 유신헌법 신임을 위한 국민투표였다. 87년 헌법 개정을 위한 국민투표 이후 국민투표를 실시한 사례가 없다.
▣ 헌법불합치 결정
2014년 7월 24일, 헌법재판소는 현행 국민투표법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2015년 12월 31일까지 법을 개정하라고 했다.) 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유는 현행법이 재외선거인의 참정권을 침해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현행 국민투표법을 근거로 국민투표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2014.7월 헌재 판결문 요지
국민투표권은 대한민국 국민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반드시 인정돼야 하는 권리다. 재외선거인의 의사는 국민투표에 반영돼야 한다. 배제할 이유가 없다. 선거기술상 사유로 배제하는 것은 헌법이 부여한 참정권을 박탈한 것과 다름없다. 재외선거인이 국민투표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재외국민투표제도를 도입하여야 하고, 재외투표인 등록신청, 재외투표인명부작성 및 확정, 열람 및 이의신청, 재외투표용지의 송부, 기표 및 회송 등 일련의 필수적인 절차가 진행돼야 한다. 현실적으로 쉬운 것인 아니지만, 어렵다고 해서 배제가 정당화될 수 없다.
▣ 현행 「국민투표법」의 문제점
현행 국민투표법에는 재외선거인의 국민투표권이 배제되어 있다는데, 그 외에도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
- 2009년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국외에 거주하는 재외국민도 투표권이 있는데, 「국민투표법」은 국내에 거주하는 재외국민만 투표인명부의 대상이다.
- 2020년 「공선법」 개정으로 현재 선거권자는 18세 이상 국민인데 「국민투표법」상 투표권자가 19세 이상 국민이다.
- 국민투표법에는 공직선거법 상의 사전투표제와 투표권행사 보장을 위한 다양한 규정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
▣ 국민투표법 개정 시도
국민투표법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이 법을 개정하고자 하는 시도가 무수히 많이 있었다.
21대국회(2020.5월~20204.5월)에서도 9건이 발의됐으나 모두 폐기되었다. 22대국회가 열리자마자 다시 발의되었지만, 전혀 심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 그래서 현재 상황은?
지금은 중요정책에 관한 국민투표를 할 수 없다. 헌법개정안이 제안된다 하더라도 국민투표를 진행할 적법한 절차가 없다. 위헌 상황을 해소하고 개선된 투·개표 제도를 「국민투표법」에 반영하여 전면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
▣ 국민투표법은 왜 개정이 안될까?
이게 좀 미스테리다. 위헌 결정이 났고, 법 개정과 관련된 특별한 쟁점도 없었다. 법안도 많이 발의됐다. 진즉에 했어야 하는데 여태 미루고 있다. 왜 그랬을까? 국민투표를 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민투표법 개정은 개헌의 시그널로 읽히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 그냥 방치하고 미루어 온 것으로 추정된다.
▣ 국민투표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김영배 의원이 발의한 「국민투표법 전부개정안」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 제1장: 입법목적, 용어 정의 등
- 제2장: 투표권, 나이 산정기준 등
- 제3장: 국민투표 구역, 국민투표일 공고 등
- 제4장: 투표인명부 작성 등
- 제5장: 국민투표공보 작성 및 발송 등
- 제6장: 국민투표운동 전반에 관한 사항
- 제7장: 투표방법, 시간, 용지 등
- 제9장: 국민투표 결과 확정과 공표 등
- 제10장: 재외국민투표에 관한 특례
- 제11장: 동시실시에 관한 특례
- 제12장: 국민투표소송에 관한 사항
- 제13장: 국민투표 연기 등
▣ 지금이라도 하자
우원식 국회의장이 이번 대선과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하자고 제안했다. 그런데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국민투표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할 수가 없다. 만약 동시에 하려면 4월 15일까지 개정이 완료되어야 한다.
'국민투표법' 안 고치면 개헌 불가...선관위 "15일까지"
'국민투표법' 안 고치면 개헌 불가...선관위 "15일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오는 15일까지 국민투표법이 개정돼야 대통령 선거일에 원활하게 개헌 국민투표가 가능하다고 국회에 답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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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대선과 개헌을 동시에 하고 안하고를 떠나, 논란이 된 지금 국민투표법 먼저 정비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10년 넘게 위헌 상태를 방치하고 있다는게 상식적으로 말이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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